[행복한책읽기Review] 사막서 온 ‘어린 왕자’의 에세이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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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사막별 여행자
무사 앗사리드 지음
문학의숲
246쪽, 1만800원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는 사막을 그린 그림이 나온다. 작가는 말한다. “이 그림을 찬찬히 보기를. 당신이 아프리카 사막을 여행할 때 이 곳을 알아볼 수 있게 말이다. 이곳을 지나거든, 별 아래에서 조금만 기다려 주기를! 만약 한 아이가 다가와 웃어 준다면,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그 아이가 누군지 알 것이다. 그러면 그 아이가 돌아왔다고 즉시 내게 편지해 주기를…” 이 구절 때문에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 한 소년이 있다. 사하라 사막에서 대대로 유목민으로 살아온 투아레그족 출신인 그는 어느 날 사막의 자동차 경주를 취재하러 온 프랑스 여기자를 만난다. 그녀는 소년에게 책을 주고, 이를 읽기 위해 소년은 매일 30㎞를 걸어 학교에 다닌다. 마침내 책을 읽고 소년은 놀란다. 책 속에 묘사된, 슬프지만 아름다운 사막의 풍경은 바로 자신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투아레그족이 어린 왕자의 별을 지키고 있다고 작가에게 말하기 위해 프랑스에 가기로 결심한다.

 이 소설 같은 실화의 주인공이 내놓은 에세이집은 울림이 크다. 프랑스에 도착한 스무 살 청년의 눈에 펼쳐진 세상은 별천지같았다. 호텔 침대와 수도꼭지는, 천막과 목마름을 삶의 동반자로 생각해온 그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그에게는 “시간은 돈”이라는 이 세상의 진리도 생소하다. 그의 종족에게 시간은 돈이 아니라 삶이기 때문이다. 삶을 돌아볼 새도 없이 소멸을 향해 내달리는 ‘서두르는 사람’은 그에게는 ‘죽은 사람’에 불과하다.

프랑스에 사는 저자는 2004년 우연히 출판사 발행인의 눈에 띄어 책을 냈다. 생텍쥐베리는 만나지 못했지만 그는 “새로운 세상을 보는 꿈을 이뤘고, 지금도 꿈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한다.

휴가 뒤 찾아온 허무함에 허덕이고 있다면, 인간에게 가장 적대적인 사막에서도 삶을 음미하며 고독의 풍요를 누렸던 이 또 다른 어린 왕자를 만나보길 권한다. 여행을 앞둔 이들에게는 “여행하는 동안 우리는 삶을 아름답게 느낀다. 그 순간에는 소유해야 할 것도 잃을 것도 없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말이 절절할 것 같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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