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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석달만에 주인 바뀐 「국제빌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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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집없는 설움 벗자” 4백80억 들여 건립/최첨단시설 갖춘 국내최초 태양광 건물
85년 5공 정권에 의해 강행됐던 국제그룹 해체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그룹해체로 인해 한일합섬(현재 한일그룹)으로 넘어갔던 국제센터빌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빌딩은 당시 10대재벌중 유일하게 사옥이 없었던 재계서열 7위의 국제그룹이 「집없는 설움」을 벗기 위해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191 4천여평의 회사부지의 지하 4층 지상 28층 규모로 82년 1월 착공해 84년말 완공된 「국제그룹의 얼굴」. 20개 계열기업들을 한곳에 모아 호령하려던 양정모 전 국제그룹 회장은 85년 2월21일 그룹이 공중분해됨으로써 84년 11월19일 계열사 입주이후 단 「석달천하」를 이 빌딩에서 누렸다.
국내 최초의 태양열 빌딩으로 태양광선의 강약에 따라 실내 조명이 자동 조절되고 컴퓨터로 제어되는 냉온방지 시스팀을 갖춘 첨단빌딩인 이 건물은 알루미늄 외벽과 방향에 따라 외관이 다르게 보이는 독특한 겉모습으로 완공당시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빌딩」으로 선정됐었다.
9년전 국제그룹 계열사들이 가슴을 설레이며 입주했던 이곳은 현재 한일그룹과 이 그룹의 계열사인 국제상사가 3개층씩 사용하고 나머지는 농수산물 유통공사·소비자 보호원·산업안전공단 등 40여개사가 입주해 사용하고 있다. 이 빌딩의 시가는 지하철이 인접한 교통의 요지라는 장점외에도 용산미군기지이전 및 고속전철용산역 통과설 등에 힘입어 2천억원이 넘는다는게 부동산업계의 평가다.
국제그룹 재건본부측은 그룹해체때 정부가 밝혔던 『누적된 적자와 신발·건설경기 침체속에서 7백억원이라는 엄청난 자금이 투입된 사옥신축이 국제그룹의 몰락을 가속시켰다』는 주장을 한마디로 일축하고 있다.
사옥 건축에는 모두 4백80억원이 소요됐고 뿔뿔이 흩어져있던 계열기업들의 임대료와 입주예정이었던 제일·상업은행 및 지하1층 임대상가의 보증금 등을 자금원천으로 삼았기에 상업은행으로부터 빌린 2백억원만이 사옥신축과 관련된 빚이라는 것. 이 빚도 84년 한해 매출액만 1조8천억원을 기록했던 국제그룹으로선 큰 부담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타의로 기업에서 손을 뗀 양씨의 비운을 말해주듯 27층에 있었던 2백50여평의 회장집무실은 그동안 사무소로 개조,임대돼오다 올 3월이후 쓸쓸하게 비어 있는 상태.
국제상사의 자산으로 돼있는 국제빌딩의 옛 주인인 국제그룹의 일터로 다시 바뀔 수 있는지는 양씨가 앞으로 국제상사를 되찾을수 있느냐에 달려있고 이는 상호출자 형태로 국제상사의 지분을 소유했던 그룹계열사들을 얼마나 복원할 수 있을까하는 문제와도 직결된다.<이상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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