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후외교」서 정면외교로/일 연정을 보는 우리정부의 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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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과거 인맥 단절… 공식창구로만 접촉/“서로 할소리하며 시비가려 나갈것”
일본에 비자민당 연립정권 출범이 확실시됨에 따라 정부는 향후 한일관계 등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정부는 비자민 연립정권이 들어서도 당장은 한일관계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그 이유는 첫째,비자민 7개당이 집권해도 잠정정권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연정 7개당이 소선거구제를 통한 정치개혁을 내세운 만큼 내년 봄까지는 재선거가 실시돼 어차피 새 내각이 출범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둘째,연정 7개당도 자칫 내분을 몰고올지 모르는 새 대외정책의 제시보다 기존의 대한반도 정책을 일단 계승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연정 7개당이 28일 외교·방위문제는 자민당의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밝힌 점이 이를 뒷받침 한다고 볼수 있다.
○“큰변화 없을것”
호소카와(세천호희) 총리 내정자도 국내정치 개혁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비쳐 대외정책에 손댈 시간이 거의 없을 것이 분명하다. 셋째,연정 7개당중 사회당(70석)과 사민연(4석)을 제외한 나머지는 자민당과 색깔이 비슷한 보수정당이다.
물론 북한과 밀접한 사회당은 연정 7개당중 최다의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회당은 총선참패로 위축돼 있는데다 좌·우파로 갈려있고 현재의 정계 개현을 보수 신생당 등이 주도,대한반도 정책줄기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기존 대일관계의 구조나 성격에서는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오자와(소택일랑)·하타(우전자) 등 7개당 연정을 끌어낸 주역들의 정치성향이 과거 한일관계의 주축을 이뤘던 보수파들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새 정치세대를 대표하는 이들은 일본의 경제적 지위에 상응한 국제적 역할분담을 강조하는 이른바 「신보수」의 주류들이다. 오자와는 특히 『군대도 있고,세계의 존경도 받는 보통국가 일본」을 주창해왔다.
○미묘한 갈등예상
따라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입문제,동북아에서의 주도권 문제 등에 대해선 전보다 훨씬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정부측 시각이다.
이같은 요소는 결국 우리의 입장과 미묘한 갈등을 보일 부분들이다.
정신대·2차대전 개전 등 과거사에 대해 연정 7개당은 국회의 결의를 통해 반성과 사과의 뜻을 알린다는 입장이다.
연정 7개당의 대북한 정책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도 사회당이 변수이지만 북한 핵문제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연정 7개당은 북한과의 수교문제에는 자민당 정권보다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걸어 대북문제의 해결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정정권의 취약성 때문에 수교문제를 서둘러 결정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정부는 이와함께 일본의 정치가 새로운 세대에 의해 주도되는 만큼 앞으로의 한일관계는 정계 인맥 등의 친소관계보다는 공식적 실무차원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고있다. 이미 한일 양국관계에 있어서 이른바 보수인맥을 주축으로 하는 막후 인맥외교는 한계에 와 있다. 한국측의 의원연맹(회장 김윤환의원)도 정치적 세력을 잃고 있으며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사회당 등과의 접촉노력은 거의 성과가 없었으며 새로운 신보수 인맥과도 맥락이 닿아있지 못하다. 따라서 양국관계는 공식적 외교창구를 통할 수밖에 없게됐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양국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평가들이 많다.
○건전관계 평가도
정부관계자는 『앞으로 양국간에는 막후협상 보다는 서로가 할 소리는 하며 시시비비를 가리는 관계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앞으로 사회당·공산당 등 이념정당이 퇴조하고 소선거구제 도입과 함께 양대 보수정당이 일본정국을 주도할 것으로 보고있다. 새롭게 변화하는 한일 양국의 정세변화에 따라 양국관계의 구조조정도 절실하다고 보는 것은 비단 정부만의 시각이 아닐 것이다.<오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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