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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사건 실감나게 재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가장 많은 사람들이 TV를 지켜보는 시간대인 토요일 밤8시 KBS-1TV는 다큐멘터리『생방송사건 25시』를 방송하고 있다.
다큐멘터리는 TV의 상업주의·선정주의를 극복, 공익성을 구현할 수 있는 유력한 장르로 꼽혀왔다. 이 프로는 다큐멘터리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사건 25시』는 다큐멘터리 중에서도 실제 범죄사건을 재구성하는 전형적「리얼리티프로」다. 24일에는 지난 4월 진주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발생한 소매치기 사건을 다룬「살인미수 소매치기 사건」을 내보냈다.
태성파 일당 4명이 7건의 소매치기 사건을 저지르다 발각돼 도망친다. 범인 1명이 추적하던 경찰관 2명을 흉기로 찔러 상처를 입히고 달아나다 체포된다.
현장 재연과 인터뷰, 수사관을 동원해 소매치기 범행의 흉포화 경향, 수사과정을 소개하고 소매치기들의 범행수법, 소매치기 식별 방법 및 피하는 요령을 충실하게 보여주었다.
다큐멘터리의 호소력은 무엇보다도 사실성에 기인한다. 이 프로도 범죄가 갖는 문제성을 말로써가 아니라 사건을 리얼하게 재연함으로써 시청자의 경각심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여기에다 경찰서 수사과장, 소매치기 전담형사가 직접 나와 사건을 설명하고 소매치기들의 행태, 피해 방지법을 하나하나 일러줌으로써 상당히 구체적으로 계도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프로는 명확한 한계를 갖고 있다. 이전에『사건 25시』가 다뤘던 사건이 박보장기 사기, 지하주차장 강도 등인데서 알 수 있듯이 프로는「나도 당할 가능성이 큰」주변의 사건만을 다루고 있다.「자잘한」범죄 사건만을 다루고 사회적으로 더 중요하고 파장이 큰 사건들에는 눈을 돌리지 않는 것이다. 정치테러나 대규모 경제범죄, 수사기관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 등은 다루지 않음으로써『사건 25시』라는「야심적인」프로그램 이름에 걸맞지 않은 것이다.
현장재연의 강점이 곧바로 약점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또한 지적돼야 한다. 이 프로에서 사건현장을 재구성, 재연하는 것은 사건 자체는 아니고 사건을 토대로 한 의사사건이다. 이러한 재연이 사건을 충실히 드러내는 것을 넘어「볼거리」를 제공해야한다는 유혹에 사로잡힌다면, 그래서 극적인 효과나 박진감을 추구한다면 그것은 곧 진실의 왜곡과 선정주의의 함정에 빠지고 말 것이다.<곽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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