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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눈뜨고 볼수없는 사고현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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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모녀·모자·남매 서로 부둥켜 안은채 참변/조종석등 앞부분은 흔적도 없이 날아가
○…구조대는 시체 수습작업중 30대 여자가 어린 딸을 가슴에 품고 함께 숨져있는 것을 발견했으나 딸을 꼭 껴안고 있는 팔이 굳어 풀리지 않자 그대로 담요에 싸 임시 헬기장으로 옮기기도.
구조대는 이 여자 승객이 사고 당시 자식을 보호하기 위한 모성애로 딸을 품에 안았으나 추락 순간의 충격으로 모녀가 모두 숨진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다른 모자도 같은 모습으로 숨진채 발견 됐으며 어린 남매가 서로 부둥켜 안고 숨져 있는 안타까운 모습들이 발견됐다.
○허술한 구조장비
○…시체발굴 현장에서는 강신홍·철응씨 형제가 도착해 동생 인흥씨(31·목포시 산정동 1202)가 숨진 것을 확인한 뒤 『막둥아 일어나라,가자』고 울부짖으며 자신들이 시체를 운구하려 해 구조반원들과 한때 승강이.
구조반은 가족들이 시체를 운반할 경우 시체발굴 작업에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제지한 것.
○…26일 오후 6시부터 시작된 시체발굴 작업은 27일 오전 9시20분쯤 조종석에 있던 박태환부기장(39)의 시신을 수습함으로써 일단락.
이날 아시아나항공 기술진과 구조팀은 오전 7시쯤부터 기체 앞부분에 대한 시체발굴작업을 벌여 7시50분쯤 황인기기장을 먼저 꺼낸데 이어 9시20분쯤 마지막으로 부기장을 꺼낸 것.
이날 2시간30분간 계속된 기체 앞부분 조종석에 대한 발굴작업은 앞유리가 방탄유리로 된 데다 유리가 심하게 부서져 구조대 30여명은 곡괭이와 노끈 등을 이용,기체안 진입을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아 조종석 뒷쪽 출입문을 부수고 들어가 부기장의 시신을 꺼내는데 성공.
한편 이날 작업을 벌인 아시아항공 기술진들은 곡괭이와 노끈 등 극히 원시적 장비만을 갖춘데다 사전구조훈련이 전혀 돼 있지 않은 등 항공기사고에 무방비 상태를 노출.
○…해남종합병원에 입원중인 박복례씨(33·경기도 하남시 신장1동 432의 20)는 두 아들과 탑승했다가 작은 아들 조현석군(10·목포기독병원입원)과 함께 살아나고 큰 아들 현만군(13)은 사망.
현석군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형은 죽었다. 비행기속에 깔려 죽은걸 봤다』고 울부직어 의료진과 취재진들이 눈시울을 적시기도.
○…20일 목포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남편과 시댁식구를 김포공항에서 전송한 뒤 사고비행기에 탑승했던 재일교포 타다 준코씨(38)는 딸 타다치 아키양(5)의 비참한 최후를 목격하고 병원에 옮겨진 후에도 계속 오열.
타다 준코씨는 옆자리에 딸과 아들 타다 기지야군(2)를 앉히고 안전벨트를 매어놓았으나 딸이 사고발생 순간 좌석에서 튕겨나가 탑승객 틈에서 숨지는 순간을 목격한 후 자신이 입고있던 점퍼를 벗어 딸을 감싸준 뒤 구조돼 목포 기독교병원으로 후송됐다는 것.
○진창길에 큰애로
한편 타다 준코씨가 입원한 목포 기독병원에는 일본대사관 직원 3명이 나와 사고경위 등을 알아보느라 분주한 모습.
○…사고현장은 3등분된 기체의 꼬리날개부분이 참혹하게 이그러진채 산중턱 숲속에 처박혀 있고 시체가 기체주변에 여기저기 널려있어 사고당시의 참상을 증언.
조종석을 포함한 기체의 앞부분은 산산조각이 난채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렸고 큰 날개가 한쪽은 꼬리날개에서 20m 정도 떨어진 숲속에 쳐박혀 있었다.
○…사고현장에는 군인 3백50명,민방위대원 4백명,주민 1백여명 등이 생존자 구조작업과 시체운반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사고현장이 산속 깊숙한 곳인데다 길이 가파르고 비온후라 매우 미끄러운 진창길이어서 구조작업에 애를 먹기도.
군인들은 31사단장 김종암소장의 지휘아래 밤샘 구조작업을 벌였으나 6인 1조로 들것에 모포로 감싼 시체를 들고 내려오기가 극히 어려워 모두들 비지땀을 흘리며 악전고투.
한전측은 이균범 전남지사의 긴급요청으로 적십자 구호캠프가 설치된 산아래와 사고현장에 전기를 가설,곳곳에 비상 등을 설치했으나 산아래로부터 사고 현장까지 산길로 2㎞가까운 먼거리여서 구조반원들은 칠흑같은 어둠과 가파른 산길,미끄러운 노면과 싸워야하는 삼중고에 시달리기도.
○…사고현장주변 숲속에 흩어져 있는 시체는 비교적 수습하기가 용이했으나 사고당시 안전벨트를 매고 있던 시체들은 대부분 의자와 함께 기체 아래에 깔려 있어 구조반원들은 기체를 뜯어내고 시체를 끄집어 내야하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때문에 시체 수색 및 운반작업이 늦어져 추락확인 직후부터 27일 오전까지 계속된 것.
○…아시아나항공 기술팀 20여명은 26일 밤 12시부터 27일 새벽 2시30분까지 사고기의 주요부품을 해체,불랙박스·CVR(조종실 음성녹음장지) 등을 회수한뒤 일단 철수.
○이 내무등 현지에
아시아나 기술팀이 회수한 블랙박스는 가로 90㎝,세로 20㎝의 직사각형 모양이었으며 붉은색 바탕에 「DIGITAL FLIGHT DATA RECORD」라는 검은 글씨가 쓰여 있었다.
○…이해구 내무장관과 이계익 교통부장관은 26일 오후 8시15분 보도진 30여명,박삼구 아시아나 사장 등 임직원 80명과 함께 사고기와 같은 기종의 아시아나 특별기편으로 김포공항을 출발,오후 8시55분 광주비행장에 내려 아시아나측이 마련한 버스로 갈아타고 저녁식사도 거른채 곧장 해남군청으로 직행.
○…구조작업에 나선 군인들에게 식수·빵 등 비상식량이 제때 공급되지 않아 허기와 갈증에 시달리는 모습.
사고현장의 지휘관들이 무전을 통해 대책분부에 식수·장갑 등의 지원을 요청했으나 2시간이상 동안이나 지원이 도착하지 않자 밤샘작업에 지친 군인들은 모두 탈진한 기색.
더구나 구급차들이 시체를 실어나른 들것을 구조반에게 돌려주지 않고 그대로 싣고 가버리는 바람에 27일 새벽 3시쯤에는 시체를 운반할 들것이 없어 병사들이 모포로 감싸묶은 시체를 다시 모포위에 얹어 6명이 모포끝을 붙잡고 운반하기도.
○…부상자 14명이 수용된 해남종합병원 중환자실은 환자들이 고통에 찬 신음소리와 가족들의 울음소리로 아수라장.
엄마·오빠와 함께 이모집에 가기위해 비행기를 탔다가 뇌부상의 중상을 입은 임효리양(4)은 엄마가 실종되는 바람에 외롭게 홀로 누워있어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사망자의 시체가 모여있는 사고현장 부근 마천부락내 화원동 국민학교에는 27일 새벽부터 유가족들이 몰려들기 시작,교정이 삽시간에 울음바다로 돌변.
이보다 앞서 26일밤 이곳에 도착한 유가족들은 대책본부측의 시체산원확인이 늦어지자 거칠게 항의하는 등 고함과 삿대질이 오가기도 했다.
○…항공기 추락사고 수습에 나선 아시아나 항공사측은 27일의 서울∼목포간 정기운항을 취소하고 특별기를 취항시키는 등 사고 뒤처리에 부심.
아시아나 항공사측은 이날 오전 7시25분의 서울발 목포행 정기운항편을 취소하고 1시간5분 뒤인 오전 8시30분발 특별기를 취항시켜 사고현장으로 가려는 유족들의 교통편의를 돕기로 했다.
이에따라 오전 8시50분의 목포발 서울행 정기편도 오전 9시55분 특별기로 대체돼 정기운항편을 예매한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민항기 사고 일지
▲58년 2월16일=KNA소속 창랑호 승객 등 26명 납치범 6명에 의해 납북
▲69년 12월11일=KALYS11 A여객기 승객 등 11명 강릉에서 서울로 가던중 납북
▲76년 8월2일=KAL 화물기 이란 테헤란 공원에서 불시착도중 폭발,승무원 5명 사망
▲78년 4월20일=파리발 서울행 KAL보잉 707기 소련 무르만스크에 강제착륙,2명 사망·10명 부상
▲80년 11월19일=KAL 보잉 747기 김포공항 착륙도중 화재발생,16명 사망
▲83년 9월1일=KAL 보잉 747기 소련 사할린 근해 상공에서 소련 전투기에 피격,2백69명 사망
▲87년 11월29일=KAL858편 보잉 707기 버마 벵골만 상공에서 북한 공작원 김현희 등 2명이 장치한 시한폭탄이 폭발,1백15명 사망
▲89년 7월27일=KAL803편 DC­10 여객기 리버아 트리폴리공항에서 착륙중 추락,72명 사망·70명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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