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40주 기점 변화조짐 북한 김정일 체제 대폭정비 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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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대남 제의도 할 듯>
북한은 오는 27일 휴전 40주를 맞아 전국노병대회·연구토론회를 갖는 등 대대적인 경축행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이번의 휴전40주는 김정일 체제를 굳히는 올 최대 행사가 되고 있는 데다 반미집회가 모습을 감추는 등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때문에 북한은 휴전40주를 기점으로 머잖아 노동당 제7차 대회를 개최, 김정일에게 당총비서직을 맡기는 등 체제를 일대 정비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더군다나 27일의 공식 기념행사에는 김일성 연설 등을 통한 대남제의 등이 점쳐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휴전 40주 행사의 가장 큰 변화는 반미집회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점이라 할 수 있다.
그 동안 북한은 6월25일부터7월27일까지를 반미투쟁월간으로 정하고 전국에서 동시다발적 반미집회를 가져왔었다.
작년에는 중앙 차원의 반미행사는 없었지만 각 도·시·연합기업소등에서는 반미집회를 벌였다는 게 정부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올해에 그 같은 반미행사가 거의 열리지 않고 있는 것은6월부터 진행돼온 북한-미 고위급회담과 맞물린 대미유화제스처인 동시에 상황변화에 따라 새로운 각도에서 미국을 인식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있다.

<미국 새롭게 인식>
이와 함께 이번 행사가 김정일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데 활용되고 있는 점도 음미할 대목이다.
김정일은 올 4월 국방위원장에 취임한 후 첫 조치로 지난23일 6·25전쟁 참전 원로장성 99명에 대한 승진인사를 실시했다.
이 조치는 작년 4월 최고사령관 자격으로 단행한 6백64명의 장성급 승진인사에 이어 김정일의 군부 내 위상을 높여보려는 시도로 보인다.
특히 교전 당사국인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혁명 1, 2세대 강경파장성들의 불만을 추스르고 사기진작을 도모하는 것도 시급했다는 지적이다.

<체제 굳히기 활용>
이는 북한 외교부 대변인이 23일「북미쌍방은 회담분위기에 저촉되는 불필요한 언행을 삼가야 한다」고 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행사를 기점으로 김정일이 당총비서직에 오를 가능성 여부도 중요한 관심사중 하나다.
실제 김정일은 올 2월의 3대혁명소조발기 20주년 행사, 사노주 8차 대회 등 굵직한 행사를 갖고 난 다음 4월의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원장에 취임했었다. 따라서 북한은 휴전40주의 고양된 사회 분위기 등을 이용, 80년에 열린 6차 당대회에 이어 곧 7차 당대회를 열고 김정일 체제를 굳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 14일 북한중앙방송이 「김일성의 정치적 후계자 문제」에 대한 논평에서 『김일성의 후계자는 혁명의 길을 처음으로 개척한 김일성의 지위와 역할을 그대로 계승한다』고 밝혀 주목을 끌고있다.
이밖에 전국 전시생산자들의 경험토론회를 갖는 등 경제건설의 총동원태세를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번 행사의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경제건설도 강조>
이는 작년에 끝나기로 돼있는 제3차 7개년 경제계획을 올해 안에 마무리짓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아무튼 북한이 새로운 상황변화 속에서 제2의 해방의 날로 정한 휴전40주를 계기로 어떤 변화의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하겠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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