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쓴「첨단소설」|미 스코트 프렌치씨『이번 한번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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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소설 쓰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어 소설을 출간한 사람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스코트 프렌치. 올해 43세인 그는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에 지난 70년대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여류소설가 캐트린 수 잔 작품『인형의 계곡』에 나오는 작품 요소들을 사용해 집필한『이번 한번만』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출간했다.
『인형의 계곡』미국 할리우드 영화계 인물들이 마약이나 섹스·사치에 빠져 파멸돼 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
프렌치는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에『인형의 계곡』에 등장하는 각종 인물이나 극적 요소들을 입력하고 대강의 플롯을 짜도록 명령한 다음 컴퓨터와 대화해 가면서 문장을 써넣는 방식으로 자신의 작품을 써 나갔다.
그저 명령만 입력하면 소설이 저절로 완성돼 나오는 형식은 물론 아니지만 전체 집필과정의 50%이상을 컴퓨터가 담당한 것으로 프렌치는 말한다. 플롯 구성이나 장면 묘사, 성행위 묘사 등은 컴퓨터가 4분의3 이상을 담당했으며 자신이 써넣은 것은 4분의1에 불과하고 나머지 모든 작업은 컴퓨터와 자신이 절반 정도씩 담당했다는 것.
예컨대 특정 장면에 대해 컴퓨터가 묻는 질문에 답을 넣어 주면 컴퓨터가 그 상황에 맞는 여러 가지 예문을 제시하고 자신은 그 중에 하나를 골라 일부수정만 했다는 것이다.
이 소설 쓰는 프로그램은 토마호크 미사일처럼 자신의 궤도를 미리 추정해 오차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면 스스로 수정하는 프로그램이나 한 나라의 독재자가 특정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알아보는 프로그램과 아주 유사하다고 프렌치는 설명하고 있다.
그가 소설 쓰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 프로그램으로 소설을 쓰기까지는 모두 8년이나 되는 긴 세월이 걸린 것으로 전해진다.
프렌치가 자신이 소설을 모두 집필하고서도 그렇지 않다고 속이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프렌치는 이런 의심이 일어날 것에 대비해 지난 8년 동안의 작업과정을 모두 비디오로 녹화하거나 문서로 기록을 남겨 두었다면서 의문을 일축했다.
프렌치는 또 8년이라는 긴 세월이 소설 한편을 쓰기에는 너무 긴 세월이며 자신이 『이번 한번만』이라는 소설을 완성하는데는 단 8개월이면 족하다고 주장했다.
이 책을 출판한 회사는 미국 유 수의 출판기업 그룹 캐롤사의 자회사인 버치레인 출판사. 초판은 모두 양장 본으로 1만5천부를 발행했다. 초기 판매량은 성공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가능케 할 정도로 호조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설가 토머스 지퍼드는『이번 한번만』이라는 소설에 대해『이 소설을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컴퓨터가 쓴 소설을 계속 좋아할 수 있을 것』 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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