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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미술시장을 살리기 위해선 추급권 도입 절실

중앙일보

입력

최근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협상에서 EU 측이 전격적으로 추급권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국내 최다 미술품 판매사인 포털아트를 제외한’ 우리나라 미술 유통계에선 일제히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이유인 즉 ‘미술 거래가 비공개화되 미술 시장이 위축된다’ 는 것이다. 이들은 또 “화가에게 일정한 수익 기반을 만들어 주겠다는 추급권 도입이 미술 시장 위축을 초래해 결국 화가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내 유명 미술품 경매사이트 포털아트(www.porart.com) 측이 미술품 유통업계와 달리 추급권 도입을 주장하고 나서 주목된다. 특히, 포털아트 측은 국내 유명 원로, 중진, 중견화가 등 미술계 인사들과 의기투합해 음악, 문학계의 저작권 협회에 해당하는‘한국미술추급권협회’를 준비하고 정부에 추급권 도입을 강력히 요청하고 나서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 3일 서울 역삼동 포털아트 본사 3층 세미나실에서 국내 원로화가들이 모여 한국미술추급권협회(회장:장리석)를 설립하고, 추급권 도입을 위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추급권 도입을 주창하고 있는 ㈜포털아트 김범훈 대표와 만났다. 김대표는 한국 미술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선 EU와의 FTA를 떠나서 추급권은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김대표는 화가들이 생존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나 좋은 작품을 양성하고, 유명화가 작품의 위작(僞作)을 근절 할뿐만 아니라 일부 대형화랑과 오프라인 경매회사들의 작품 가격 조작행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추급권 도입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설파했다.

다음은 김범훈 대표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 미술품 유통 업계에서 추급권 도입을 거의 유일하게 주창하고 있는 이유는?
“추급권이 도입돼야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아직도 많은 화가가 가난에 허덕이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고, 그가 타계한 뒤 남은 가족 역시 생활고에 시달린다. 반면 그에게서 헐값에 작품을 사들인 화랑과 일부 큰 손은 이를 팔아 막대한 이익을 챙긴다. 이런 현실에선 화가가 웬만큼 천재가 아니어선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올 수 없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 국내 미술계는 발전할 수 없다.”

- 추급권 도입이 대형화랑, 오프라인 경매사의 전횡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대형화랑엔 전속화가 제도가 있다. 대부분 작품성을 인정받지 못해 ‘홀로서기’가 불가능한 화가들이다. 대형화랑의 자회사 격인 이들 오프라인 경매회사는 이들 모회사 전속화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높은 가격의 추정가를 책정해 놓은 뒤, 자신들이 다른 명의로 입찰해 낙찰 받는 수법을 통해 해당 전속 화가의 작품 가격을 끌어올린다. 이는 너무나 쉬운 일이라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고, 만약 그렇게 가격을 끌어 올린 후 대형화랑에서 미술 애호가나 투자자들이 이들의 다른 작품을 두고 “지난 번 경매에서 낙찰가가 억대에 달했을 정도로 인기 높은 화가의 작품이라 가격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속여 비싸게 파는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구매자에게 돌아 간다. 하지만, 추급권이 도입되면 경매 낙찰가의 4%를 추급권료로 지불해야하기 때문에 가격을 무작정 끌어 올릴 수가 없게 되어 미술애호가들에게 더 유리해진다.”

- 추급권 도입이 위작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시는 근거는 무엇인가?
“최근 고 이중섭, 박수근 화백 작품의 대규모 위작 사건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도 결국 이분들의 유족들이 문제를 제기해 밝혀진 것이 아닙니까. 만일 추급권이 도입되면 화가 본인이나 그 상속권자들이 추급권료를 받아내기 위해서라도 항상 해당 화가 작품 유통에 대해 관심을 갖고 조사를 하게 된다. 따라서, 화랑들 역시 투명한 거래를 할 수 밖에 없게 되므로 지금처럼 위작을 속아서 구입하는 일이 줄어들게 된다는 얘기다.”

- 추급권이 도입되기엔 우리나라 미술 유통 시장이 너무 작은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있는데
“우리나라 가구수를 1000만 가구로 볼 때 월간 1만점을 판매해도 100년 동안 판매해야만 유명화가의 작품이 한 집에 한 점 가량 걸릴 수 있다. 이처럼 큰 시장이 있는데도 지금까지 대형화랑이나 오프라인 경매회사들은 가격만 끌어 올려 몇 작품 팔아서 이익을 내려다 보니 시장이 다 죽은 것이다. 포털아트에선 20만 원짜리부터 1억 원이 넘는 작품까지 다양한 미술품을 인터넷 경매를 통해 팔고 있다. 이 중 20만~50만 원대 작품은 원룸에 사는 사람도 한 두 점 정도는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가격 부담이 적다. 하지만, 화랑에선 포털아트에서 이 가격에 판매되는 작품의 경우에도 그 5배 이상 높은 가격에 판매됐다. 그러니‘미술품은 아무나 구입하는 게 아니다’란 그릇된 인식이 지배하게 됐던 것이다. 지금이라도 화랑들이 화랑가에 만연한 위작을 제거하는데 앞장서고, 낮은 가격에 유명화가 작품을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며, 추급권 도입에 찬성한다면 미술 시장은 제 규모를 찾을 수 있게 된다.”

- 이해 당사자인 화가도 아닌 김대표가 추급권 협회 창설을 주도하게 된 계기는?
“화가 분들께는 죄송한 표현이지만 정말 순진하다. 최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70세 이상 원로화가 분들에게 추급권 이야기를 해드렸는데 전혀 모르고 계셔서 깜짝 놀랐다. 특히, 더욱 놀란 사실은 대형화랑이나 오프라인 경매회사들이 언론을 통해 추급권 도입 주장 반대 여론을 조성하고, 정부 등에 로비를 하고 있을텐데 이해 당사자인 화가 분들이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래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우선 원로화가 분들에게 추급권관련 내용을 보내고 설명을 올린 결과 한국미술추급권협회가 설립되고, 추급권도입을 강력히 요청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게 되었다.”

-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은?
“한 달에 70점 밖에 유통시키지 못하는 오프라인 경매회사는‘메이저’도 아니고, 미술품 유통을 논할 자격도 없다. 이렇게 적은 수량은 경매회사를 운영하는 대형화랑들이 자신들이 얼마든지‘작전’을 펼칠 수 있는 수량이기 때문이다. 한 달에 70점 파는 곳은 추급권 도입을 반대하고, 하루에 70점을 판매하는 곳은 찬성을 한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따라서, 당연히 추급권은 도입돼야 한다. 그래야 화가도 살고 미술 애호가, 투자자도 살며, 한국 미술계가 산다.”

아래는 ‘한국미술추급권협회’ 가 추급권 도입을 위해 발표한 성명서의 전문이다.

-‘한국 미술 추급권 협회’를 설립하면서 -

EU와의 FTA 협상이 오고 가면서 추급권이라는 지적재산권이 커다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EU가 추급권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으며 한국정부가 이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협상진행에는 일선에서 활동하는 화가들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이 되지 않은 채 현재 서울옥션, 케이옥션 및 오프라인 화랑들의 반대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인 정부가 EU와의 FTA협상에서 앵무새처럼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추급권에 대한 반대는 우리나라의 미술계와 작가들의 창작열을 저해하고 문화선진국으로의 위상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중대한 사건이다.
특히 추급권은 화가들의 생존권 및 창착열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문화선진국의 위상과 관련된 중대한 문제입니다. 화가들의 미술품 추급권은 생존권이자 권리인 것이다.
당연히 화가는 추급권으로 보호받아야 한다. 작곡가는 저작권법으로 보호를 받고 문학은 후손들이 작가 사후 50년간 저작권법에 의한 인세를 보장 받는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나라 미술계는 이런 바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이 논의의 중심에 당연히 있어야 할 화가들이 빠져 있다. 이는 일선 작가들의 목소리는 무시한 채 이윤 당사자들의 목소리만 반영된 절름발이 논의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추급권이 도입되어야만,
1) 화랑들이나 오프라인 경매사들만 배불리는 것을 막고
2) 일선에서 창작을 하는 화가들의 생존권이 보장되고
3) 위작들이 사라진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문화예술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추급권이 도입되어야만 합니다. 문화예술 선진국의 첫째 조건은 작가들의 생존권이다. 이 생존권의 사수를 위하여 또 안정적인 창작생활을 위해서, 이제 원로 화가들과 일선 화가들은 추급권 관철을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며, 동시에 정부에게 추급권논의에 있어 화가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공청회 등 절차적 민주주의를 통한 공식적인 논의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이것만이 화가들의 생존권과 후배 작가들의 안정적인 창작 미래를 보장할 수 있으며 문화예술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보장할 수 있음을 분명히 밝혀두는 바이다.

조인스닷컴(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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