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트니 비엔날레전 서울서 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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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베니스 비엔날레·상파울루 비엔날레와 더불어 세계 3대 미술 비엔날레로 꼽히는 휘트니 비엔날레가 드디어 서울에 온다.
국립현대미술관과 미국 휘트니미술관 및 조선일보사 공동주최로 오는 31일∼9월8일 국립현대 미술관에서 열리는「93 휘트니 비엔날레 서울전」은 6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비엔날레 사상 최초의 해외나들이로 의미를 더하고 있다.
올해 주제인「경계선」을 각기 표현한 61명(단체 포함)의 설치 및 평면(회화·사진)작품 69점과 영화 12점, 비디오19점 등 모두 1백점이 선보이게 된다.
국립 현대미술관은 30일 오후2시 이 미술관 소강당에서 로스 휘트니 미술관장과 이번 비엔날레를 실질적으로 조직한 서스맨 휘트니 미술관 수석 큐레이터의 기념 강연회를 갖는 한편 31일에는 이 미술관 대강당에서 올 비엔날레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청년 작가상을 수상한 M바니 등 7명의 참여작가들과의 토론회도 연다.
매회 다른 주제를 잡아 열리는 이 비엔날레는 개최될 때마다 찬반 양론이 들끓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올해도 예외가 아니어서 지난 3월4일∼6월말까지 전시회가 열리는 동안『미숙하고 미학적으로 방향도 지니지 못한 대학생 수준의 예술』『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보인 진취적인 전시회』등 엇갈린 평가가 쏟아졌다.
이는 올해의 주제인「경계선」이 현대사회에서 야기되는 여러 공동체들간의 사회문제 및 공동체와 개인 사이의 갈등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작가들이 동성애·인종차별·여성주의운동 등으로 이를 풀어나간 데 따른 것. 실물대 크기의 4인 가족이 서로 손잡고 서있는 나신상, 노골적인 동성애 묘사, 흑인로드니 킹의 구타장면을 담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던 세일즈맨 조지 홀리데이의 문제의 비디오 등이 여과없이 국내에서도 소개된다.
이번 전시회는 비디오 작가인 백남준씨가 다리를 놓아 70만달러의 경비를 휘트니측에 지불하고 열리는 것으로 이 첫 해외전을 놓고 일본과 경합이 붙었으나 한국으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시회 유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백씨는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회를 위해 10만달러를 회사하기도 했다.
한편 국내 미술계에는 동성애 등 작품내용이 국내정서에 잘 맞지 않고 현지에서도 논란이 일었던 전시회를 거금 들여 유치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과 현재 진행중인 미국 현대미술을 많은 작가들이 직접 볼 수 있는 값진 기회라는 시각이 맞물려 있다.
국립 현대 미술관측은 『현재 미국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가지 사회병리학적 문제들은 현대 후기 산업사회로 이행하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문명화된 국가들이 겪고 있는 같은 문제이므로 이 전시회가 우리들에게 경각심을 갖게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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