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경제·비공식경제「중국 유한공사」대장정(개방중국의 오늘: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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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월급으로 살기 힘들다” 대부분 부업/연안도시선 증권·부동산 투기바람
중국은 과연 저임금·저소득 국가일까.
또 중국 연안 도시의 주식·부동산 투기바람은 곧 그 참담한 끝을 보고 말 거품일까.
중국을 여행해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이같은 의문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 해답을 구하는 열쇠는 중국 경제의 2중 구조에 있다.
공식으로 보이는 경제와 비공식으로 돌아가는 경제를 함께 감안하지 않고는 중국 경제의 현상을 이해할 수 없다.
북경의 중국 국제여행사에서 영어 통역으로 일하고 있는 20대 후반의 대졸 여성 왕림연씨는 『월급만 가지고는 살기 어렵기 때문에 제2의 직업을 따로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예를 들어 학교 선생님이라면 돈을 버는데 그 수입이 월급보다 더 많다』고 말했다.
증권·부동산 분야에서 성공한 젊은 사업가 이모씨(40)는 자신의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봉급 체계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 회사는 일이 힘든 만큼 돈을 많이 번다. 따라서 보통 직원들의 한달 봉급이 5천∼6천원쯤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이들의 월급은 8백원 정도다. 나머지는 집세 등의 명목으로 얼마든지 주는 방법이 있다. 세금을 많이 낼 필요가 없지 않은가.』
왕씨가 이씨의 말을 들어보면 왜 미국의 경제잡지 포천(Fortune)지가 최근호 중국 특집기사에서 상하이에 현지 투자한 듀폰사 간부의 말을 인용,「임금에 관한한 중국은 곧 제2의 한국이 될 것이다. 싼 임금의 이점은 중국에서 곧 없어지고 말 것이다」고 보도하고 있는지 이해가 간다.
세계은행(IBRD)의 한 추계자료로는 지난 90년 공정환율에 따른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백70달러에 지나지 않지만 구매력 평가로는 1천9백50달러에 이른다는 결과나 나와있다.
중국의 큰 도시에서 웬만한 중국인들의 공식 월급과 맞먹는 4백∼5백원짜리 옷들이 진열되어 쏠쏠히 팔려나가는 것을 보면 최소한 도회지 사람에 관한한 구매력 평가에 의한 중국의 국민소득이 훨씬 피부에 와닿는다.
인구가 겨우 60만명 수준인 해구시에는 올해에만 약 4백만평방m의 주택이 지어지게 되어 있고 번화한 중심가에는 50∼60층짜리 사무실 빌딩이 한창 올라가고 있다. 주택 1가구에 보통 70∼80평의 터를 쓴다고 하니 올해에만 5만가구 이상의 주택이 지어지는 셈이다.
해구시만으로는 수요와 공급이 도저히 맞지 않는 이같은 건축 열기는 올해만이 아니라 지난 3∼4년간 계속되어 온 현상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한 현지 기업인의 해석은 아주 간단 명료하다. 『외국의 기준으로 중국을 보면 안된다. 거대한 중국 대륙의 민간자산이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보고 그 많은 자산을 투자할 곳이 얼마나 되는가를 함께 생각해보라. 돈이 갈데가 없지 않은가. 92년말 개인의 금융자산이 약 1조8천억원이라는 정부의 공식 통계가 있지만 비공식 통계로는 최근 약 4조원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도 있다. 지금의 부동산 열기가 앞으로도 한 5년은 갈 것이다.
한마디로 중국의 몇 안되는 증권거래소에 돈이 몰려 들듯,부동산 열기가 식을 줄 모르는 중국의 연안도시들은 거대한 규모의 자본이 뒷받침하는 몇 안되는 중국내 「부동산 거래소」와 같으므로 쉽게 꺼질 거품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여기에 홍콩과 대만의 투기성 자본이 가세해 부동산 열기를 부추기고 있음은 물론이라고 한다.
그래도 우리로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거대한 경제규모를 전제로 한 「대륙적 상황」과 「소득의 2중구조」를 항상 전제로 하지않고는 투자나 임금 등 중국에서의 기업 환경을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북경·해구=김수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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