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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수수죄 “된다­안된다” 공방/슬롯머신 이건개씨 내일 첫공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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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직무와 관련 돈받은 “고전적 수뢰 수법”/검찰/단순히 빌린돈 뇌물로 본 수사 허점많다/변호인
슬롯머신업계 대부 정덕진씨 형제로부터 5억4천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건개 전 고검장에 대한 첫공판이 15일 서울형사지법 합의23부(재판장 김황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검찰총장의 수사권을 직접 수행하는 대검 중수부의 황성진 부장검사가 재판에 관여하는 검찰측과 대법관출신 윤일영변호사와 고법 부장판사 출신 서정우변호사,그리고 헌법재판소 첫 위헌결정을 이끌어낸 정인봉변호사로 이루어진 변호인단은 이 전 고검장에게 적용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5천만원이상 뇌물죄가 징역 10년이상의 중형에 처하도록 돼있는 만큼 한치의 양보없는 법정 공방으로 법정을 한껏 달아오르게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검찰=공판을 앞두고 『이 전 고검장 구속기소 자체가 곧 검찰 수사의지의 상징인 만큼 검찰 고위간부 구속으로 불명예를 당하고 법정에서 밀리는 모습으로 또 다시 망신당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검찰은 변호인단이 이 전 고검장에 대해 정상론대신 무죄론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되자 직무관련성을 입증할 증거확보에 주력해왔으며 공판전 변호인측의 수사기록 열람을 거절,변호인단이 기록열람을 위해 고육지책으로 보석을 신청토록 하는 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은 특히 이 전 고검장의 금품 수수시점이 조직폭력배 단속 및 조직폭력배 서식처인 슬롯머신업소 단속을 담당하는 대검형사2부장(현 강력부장) 재직당시였던 점과 금품거래후 이자 지급사실이 없는 대여금이라는 점은 이 전 고검장의 범죄가 공무원의 「고전적 수뢰수법」임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검찰은 뇌물공여자인 정덕일씨가 검찰 조사과정에서 『돈을 되돌려 받을 생각으로 영수증을 받았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때문에 액수에 따라 죄명이 달라지는 특가법상 뇌물수수죄와 함께 「돈을 빌리는 기회」 자체를 뇌물로 보는 금융이익에 대한 형법상 뇌물죄를 예비적으로 청구해놓고 있어 뇌물액수에 대한 법적용은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변호인단=대여금에 불과한 돈거래를 뇌물로 몬 검찰수사의 허점이 수사기록 곳곳에 나타나고 있는 점을 증인신문과 반대신문에서 적시해 무죄판결을 이끌어 내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특히 변호인단은 법원이 공무원 뇌물범죄의 직무관련성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 전 고검장의 경우 고위공직자로서 호텔업자에게 돈을 빌려 빌라를 사들였다는 도덕적 책임외에 형사책임을 질 성질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예비적 청구로 단순 뇌물죄를 적용한 것도 이 전 고검장을 『봐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수사미진의 여론질책을 피하기 위해 특가법상 뇌물수수죄를 주청구로 내세운 것일뿐 검찰 스스로 이 전 고검장에 대한 법률적용의 문제점을 인정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변호인단은 단순 뇌물죄 적용으로 집행유예 선고를 이끌어 내는데 그치지 않고 당시 정씨 형제에 대한 어떠한 사건수사 진행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 차용금의 직무관련성이 인정되지 않음을 주장할 계획이다.<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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