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지역 새 안보질서 모색/가시화되는 「동북아 다자안보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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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동북아 안보협」 주축… 아세안과 기능 보완/관련국들 긍정적… 10월께 회의서 구체화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신태평양공동체」 구성제의로 동북아지역의 다자안보 대화가 부쩍 활발해질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열리는 「동북아 다자안보대화를 위한 준비회의」는 냉전체제의 종식과 함께 아­태 지역의 안보질서를 새로이 모색해 본다는 데 큰 뜻이 있다.
물론 이 회의의 성격이 완전히 정부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민·관 합동의 형태를 띠고 있어 정부차원의 대화기구가 선봉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때문에 이 회의를 신호탄으로 한편으로는 동북아 다자안보 대화를 위한 민간차원의 대화모색이 가시화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차원의 대화기구 발족을 위한 물밑접촉이 부쩍 활발해질 것이 틀림없다.
특히 미국은 물론 한국·일본·러시아 등 관련국들도 지역안보체제를 논의하자는 뜻을 분명히 내비치고 있어 다자안보대화 본회의가 열리는 오는 10일께는 새로운 동북아 안보질서에 대한 각국의 입장조율이 어느정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한미양국은 이미 동북아지역의 안보대화를 구성하기로 합의해둔 상태다. 따라서 동북아 다자안보 대화는 이 동북아 안보협의회를 주축으로 좁게는 한·미·일 3국간에,넓게는 중국·러시아까지 포함하는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의 모습을 갖는 「미니(소) CSCE」 형태를 띠게 될 공산이 크다.
한승주 외무장관도 동북아 다자안보 논의를 위해서는 「미니 CSCE」를 구성하는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여러차례 밝혔으며,조만간 이를 위한 민간차원의 대화 모색이 있게 될 것이란 점을 시사해 왔다.
한 장관이 말하는 「미니 CSCE」형태의 동북아안보협의회는 동남아 국가연합(ASEAN)과 상호 보완적 기능을 하면서 아시아전체의 다자간 집단안보 대화창구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미니 CSCE는 군사문제 뿐만 아니라 경제·정치문제도 논의해야 한다는게 한 장관의 구상이다.
한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세안 확대 외무장관회담은 아시아·태평양이라는 큰 지역을 대상으로 삼고 있으므로 이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동북아라는 작은 지역을 대상으로 한 다자간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한 장관의 이같은 구상에 반대하는 이들도 적잖다. 무엇보다 아시아 국가들이 유럽국가들과는 달리 이질성이 너무 많아 현단계에서 「미니 CSCE」 논의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 장관은 당장 이같은 기구를 구성하자는 것이 아니라 민간차원에서 우선 활발히 논의하고 관계국들이 해결하기 쉬운 문제들부터 거론하면 정세변화에 걸맞는 새로운 안보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한 장관의 이같은 구상에 따라 지역안보 대화를 위해 단계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한다는 방침아래 방향을 이미 정리해놓고 있다.
현재 정부의 입장은 ▲다자적 지역안보협력 체제는 기존 안보협력체제를 보완하는 성격을 가져야 하고 ▲지역분쟁문제는 원칙적으로 당사자들이 해결하고 ▲점진적·지역적 협력이 돼야 하며 ▲역내의 모든 국가들이 참여하는 안보대화가 바람직하다는 것 등이다.
특히 북한 핵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경우 북한도 동북아 안보협의회 구성원이 당연히 돼야 한다는게 우리 정부의 생각이다.
하지만 현재 중국이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과 동북아 집단안보문제를 협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완전한 형태의 동북아안보협의회를 구성하기까지는 많은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그러나 『한때 미니가 유행했던 것처럼 안보문제에 있어서도 조만간 다자회의가 러시를 이룰 전망』이라면서 『우리는 이같은 변화를 예의주시,치밀한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는 외무부 당국자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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