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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진정한 '수퍼 스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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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2일 수퍼스타 메이옌팡(梅艶芳.40)의 영결식이 있었다. 흐린 날씨였지만 열성팬 5천여명이 몰려들었다. 사스 확산 조짐에도 불구하고 1시간 남짓 줄을 선 뒤 꽃다발을 바쳤다. 앞자리에 서 있고자 일부는 전날부터 기다렸다. 어느 여성 팬은 오열 끝에 실신했다. 홍콩인들의 '스타 사랑'은 유별난 듯했다.

지난해 4월 투신 자살했던 장궈룽(張國榮)의 장례식 때도 그랬다. 당시엔 사스 공포 심리가 최고조였다. 하얀 마스크를 쓴 1만여명이 오열했다. '부모형제도 아닌데…저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팬들의 유별난 사랑은 홍콩의 스타들이 그만큼 남다르기 때문인 것 같았다. 돈에 집착하지 않는 사회 봉사와 참여, 그리고 무대 안팎의 실력이다.

메이옌팡의 장례식장엔 지난 주말 색다른 조문객이 찾아왔다. 1989년 천안문 사태 당시 중국 정부의 '수배 대상 2호'(1호는 王丹)였던 우얼카이시(吾爾開希)였다. 대만에서 날아온 그는 "梅가 누나처럼 민주화 운동을 지원해줬다"며 눈물을 흘렸다. 梅는 중국의 민주화 인사들에게 돈을 대주고, '민주화 음악회'를 열어 몇몇 단체들의 기금을 마련해줬다고 한다.

梅는 지난해 봄 천후이린(陳慧琳) 등 다른 스타들과 함께 사스로 부모를 잃은 고아들을 위해 뛰었다. 세계적인 스타인 청룽(成龍)도 자선 행사의 단골 멤버다. 이들은 모국어인 광둥어(廣東語)와 푸퉁화(普通話.중국 대륙의 표준어)에다 영어.일본어.한국어까지 구사한다. 그런 실력을 바탕으로 국제 무대에서도 당당하다. 청룽은 지난해 '턱시도'라는 영화를 내놓으면서 미국 전역의 50여개 TV와 영어로 인터뷰했다. 스타들의 TV 토크 쇼를 보노라면 그들의 뛰어난 순발력과 매너, 화술(話術)에 놀랄 뿐이다.

한국처럼 얼굴을 앞세우거나 10대나 상대하는 '반짝 스타'가 아니다. 외국에 나가선 통역 없이 한마디도 못하고, 사회 봉사와는 담을 쌓은 일부 스타들을 보노라면 안타까울 뿐이다.

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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