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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손에 나오는 거미줄 비밀 풀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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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최근 개봉된 '스파이더맨3'이 관객을 끌어 모으면서 다시 거미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스파이더맨의 손에서 나오는 거미줄은 가벼우면서도 질겨 영화 팬을 사로잡는 또 하나의 요소가 되고 있다.

어른 엄지손가락 굵기의 실제 거미줄은 보잉 737 비행기 두 대를 들어 올릴 수 있을 정도로 질기다. 단위당 들어 올릴 수 있는 힘은 강철과 비슷하지만 같은 굵기의 강철에 비해서는 무려 100여 배나 강하다. 이 때문에 거미줄은 '꿈의 섬유'로 불린다.

과학자들은 이런 거미줄을 인공으로 합성하거나 아니면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거미가 거미줄을 만드는 유전자를 알아내 동물의 젖이나 박테리아, 식물의 잎 등에서 대량 생산하는 방법이 그중 하나다.

◆거미줄 생산 유전자 해독=미국의 캘리포니아대학 리버사이드캠퍼스 나디아 에유브 박사와 체릴 하야시 교수는 검은과부거미의 거미줄 생산 유전자 전체를 처음으로 밝혀내 학술지 '플로스 원' 최근호에 발표했다. 이에 따라 거미줄 대량 생산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하야시 교수팀이 밝힌 거미줄 생산 유전자는 거미줄 중에서도 가장 질긴 것으로 알려진 '드래그라인(Dragline)'이다. 거미 그물 중 원형 또는 방사형의 틀을 만드는 데 주로 사용되는 것이다. 새나 포식동물에 쫓기는 위급한 상황에서 땅으로 떨어질 때 뽑아내는 거미줄도 드래그라인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1초에 1m의 드래그라인을 만든다.

검은과부거미는 다른 거미들보다 더욱 질긴 거미줄을 잘 만들어 내는 종으로 알려져 있다.

하야시 교수는 1990년 말부터 드래그라인 유전자 해독에 매달려 온 거미줄 전문가다. 그는 2001년 거미줄 원료인 실크 단백질이 긴 아미노산으로 반복적으로 이어지면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내기도 했다. 하야시 교수팀이 밝힌 검은과부거미의 거미줄 생산 유전자는 두 종류로 하나는 3만4046염기 쌍, 다른 하나는 3만7092염기 쌍으로 이뤄져 있다.

◆작물에 넣어 대량 생산 가능성=연구팀은 이들 유전자를 담배나 감자 등에 주입해 대량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감자에 이 유전자를 삽입하면 감자 속에 거미줄 단백질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를 걸러 내 거미줄처럼 가는 실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유전자는 생물의 종에 관계없이 이식할 수 있고, 그 유전자가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거미를 누에 치듯 대량으로 키우기는 어렵다. 서로 잡아먹기 때문이다.

◆대량 생산 10년 전부터 시도=거미줄을 대량 생산하려는 시도는 10여 년 전부터 있어 왔다. 1974년 덴마크 아루스대학 프리츠 볼라드 교수가 네필라 거미를 주로 연구해 거미줄의 특성을 밝히기 시작했으며,89년 미국의 와이오밍대학에서는 거미줄 생산 유전자 일부를 해독했다. 2000년 캐나다 회사인 넥시아 바이테크놀로지는 염소에 이 유전자를 집어 넣어 젖에서 거미줄 단백질을 만들어 내도록 했다. 그렇게 만들어 진 거미줄 단백질을 '바이오 스틸(Bio steel)'로 불렀다. 그러나 유전자가 완전히 해독되지 않은 데다 생산된 거미줄 단백질의 질기기와 탄성 등이 천연 거미줄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과학자들은 설사 천연 거미줄을 만드는 것과 동일한 단백질을 만들어 낸다 해도 그 원료로 실을 생산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거미를 제대로 흉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응용 분야 다양=과학자들이 거미줄의 양산에 매달리는 이유는 뛰어난 특성으로 응용 분야가 많기 때문이다. 인공 힘줄, 방탄복, 스포츠 의류, 봉합사, 가방, 밧줄, 항공기 몸체 등 쓸 수 있는 곳은 많다. 덩어리 원료 상태인 거미줄 단백질을 비닐처럼 얇게 만들어 차량의 코팅 재료로도 사용할 수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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