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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총련 3자냐­아니냐” 설전/노동위(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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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야 “노조 협의기구로 문제없다”/이 노동 “타계열사 쟁의선동때만 해당”
현대그룹 노사분규를 집중추궁한 7일의 국회노동위는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현대사태에 적용된 「제3자개입」의 범위와 분규의 궁극적 원인을 둘러싸고 여야간에 열띤 설전을 벌였다.
회의 초반에 민주당 의원들이 『에어컨 나오는 회의실에서 고담준론만 펼게 아니라 땡볕 내리쬐는 현장으로 내려가자』(홍사덕의원)며 현대분규 실태조사 소위구성과 현장방문을 제안했다. 이에대해 민자당의 박근호의원이 『현지에서는 제3자의 개입을 원치않고 있다』며 무심코 제지발언을 한 것이 「제3자개입」 논쟁에 불을 댕겼다. 야당의원들은 즉각 『국회에서 실태조사를 하는 것도 제3자 개입이냐』(원혜영의원)며 말꼬리를 잡았고 이는 이인제 노동부장관에 대한 「제3자개입」 해석추궁으로 이어졌다.
신계윤의원(민주)은 『현총련에 현대그룹계열사 29개노조 대표자로 구성된 협의기구이며 구성원전체가 소속사업장의 노조출신인 노동쟁의의 실제 당사자』라며 현총련이 제3자의 범위에 드는 것인지 여부를 이 장관에게 다그쳤다.
홍사덕의원은 『따로따로 있으면 쟁의당사자고 모여서 논의하면 제3자개입으로 모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따졌고 원혜영의원은 『노조위원장들의 모임이 제3재개입이라면 현대그룹의 사장단회의가 그룹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은 개별사업장 쟁의에 대한 제3자 개입이 아니냐』고 가세했다.
야당의 끈질긴 추궁에 여당의원들은 현총련 집단대응의 성격에 계속 「의혹」을 제기하며 맞불을 놓았다.
구천서의원(민자)은 『지난 87년 발족한 현총련이 그간 활동이 미미하다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갑자기 드러나는 배경이 무엇이냐』 『현총련의 강경대응이 노총과의 주도권 싸움이라는 시각도 있다』며 의혹설을 제기했다. 구 의원은 『현총련 주요간부가 지난 대선때 어느 특정정당에서 활동했는지 밝혀달라』고 민감한 부분까지 거론.
박근호의원은 『현총련이 지난 3월부터 공동 임투일정을 마련해온 것이 이미 제3자개입의 불법행위가 아닌가』라고 따졌다.
이 장관의 전진적 노동정책을 못마땅하게 여겨 이미 여러차례 제동을 걸었던 여당의원들은 대통령의 「중대 결심」 등에 고무받은 듯 기존의 보수적 시각을 더욱 뚜렷이 드러냈다.
여야의 상반된 입장의 질문에 샌드위치 신세가 된 이 장관은 양쪽 입장을 매우 교묘하게 중화한 절충적인 답변으로 위기를 헤쳐나갔다.
이 장관은 『현총련이 무조건 제3자라는게 아니라 그안에서 구체적으로 타계 열사의 쟁의행위를 조정·선동한 사람들이 법 저촉의 대상이 된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현총련은 제3자가 아니라는 것이냐』는 여당측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 장관은 『어느 단체가 범죄처벌 대상이 되는게 아니라 단체내의 자연인이 구체적 범죄를 했을 때 처벌가능하다는게 법리』라고 부연설명 했다.
반면 이 장관은 『현대사장단회의는 쟁의활동을 선동·조정하는 것이 아니므로 「제3자 개입금지」 적용대상은 아니라고 본다』고 못박았다.
「제3자개입」에 대한 해석이외에 분규의 원인에 대핸 여·야·정부의 시각차도 뚜렷했다.
민주당의원들은 『결국 4.7% 임금인상안의 집착이 원인』(신계윤의원) 『개혁을 꺼려하는 수구기득권세력이 여론을 가장 쉽게 얻을 수있는 노사문제를 세역전의 중점목표로 설정하려는 것』(원혜영의원) 이라고 해석했다. 민자의원들은 현총련의 강경대응과 사용자측의 불성실한 자세에 초점을 맞추는 양비론적시각을 보였다. 이 장관은 『해직근로자 전원복직요구가 실제타결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여야와는 다른 분석을 했다.
이날 회의를 마치고 귀가하던 홍사덕의원은 『넥타이를 맨 월급쟁이들이 자신도 노동자라는 사실을 깨달아 갈수록 국회노동위는 더욱 시끄러워질 것』이라고 되뇌었다.
정부의 총체적·합리적 대응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최훈기자>
◎교육위/「전교조복직」 여전한 평행선/“줄듯줄듯 하며 미적거린다” 꼬집기도/“과거정권과 다른게 뭔가” 공방
전교조문제를 다룬 7일 국회교육위는 한마디로 「답답한 평행선」이었다.
해직교사 복직에 대한 교육부의 방침은 분명했다. 헤직교사들이 전교조를 해체 또는 탈퇴하면 내년 새 학기부터 신규임용 방식으로 복직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6월21일 교육부가 국회에서 밝힌 방침 그대로다.
야당의원들은 이에 대해 『그렇다면 과거 정권과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고 따졌다. 전교조파동 당B시 관련교사들은 징계·해직시킬때 탈퇴각서를 요구했던 전례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박석무의원(민주)은 『13대 국회시절 김영삼대통령이 총재로 있던 통일민주당과 평민당은 단결권·단체교섭권 등 노동2권을 보장하는 선에서 전교조 사태를 해결하자고 합의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번 여야 영수회담때 대통령께서 「교사가 노동자가 되는 것에는 과거나 지금이나 반대하지만 해직교사 복직에 대해서는 적극 검토시키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다. 장영달의원(민주)은 나아가 『장관은 6공정권과 현 정권이 무엇이 다른지 답해 보라』고 다그쳤다.
교육행정 책임자로서 처음 전교조위원장을 만나는 등 나름대로 대화로 사태를 해결하려 애써 온 오병문 교육부장관도 맞섰다. 그는 현 정권을 「7공정권」으로까지 표현하면서 『6공때는 논의조차 없었다. 문민정부는 다르다. 해결의지를 갖고 대화하고 있지 않은가』고 반박했다. 『전교조측이 녹취한 자료에 따르면 오 장관은 새 정부가 전교조를 탄압하지 않는 것은 물론 복직의 조건도 따지지 않겠다고 했다. 지금 방침은 약속위반 아닌가.』(홍기훈의원·민주)
『나는 인간적으로 대화하자고 했지 그같은 말은 한 기억이 없다.』(오 장관)
『여론조사로는 국민의 80% 이상이 전교조 교사의 복직을 지지하고 있다. 불이익 받는 교사들이 함께모여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은 인지상정 아닌가.』(홍 의원)
『그런 여론도 있지만 다른 여론도 생각해 주길 바란다. 내가 보기에 이것은 명분싸움인데 탈퇴각서 쓰기가 그렇게 어려운가.』(오 장관)
오 장관은 『전교조측과 복직을 위한 대화를 여러차례 해왔으나 서로의 견해차가 크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어떻든 현행법안에서 교단복귀 기회를 마련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입장』이라고 못박았다.
민자당의원들은 정부측의 선탈퇴 후복직 방안에 동의했다. 박범진의원(민자)은 『해직교사측은 자신들을 80년당시의 해직공무원과 같은 입장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80년 해직공무원은 원칙도 없이 사실상 불법으로 쫓겨 났지만 전교조 교사들은 나름대로 일정한 기준과 합법성 아래 해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교조측의 요구대로라면 국가공무원법·노동조합법 등 관련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이는 현 시점에서 도저히 불가능 하다는 진단이다.
회의가 잠시 정회중일때 한 민자당의원은 오 장관에게 의미있는 사담을 던졌다. 『사실상 정부가 줄것이 없는데도 자꾸 줄듯줄듯 하면서 일을 금방 될것처럼 미적거리니까 사태 해결만 지연되는 것 아닙니까.』
이날 교육위가 열리는 것에 맞춰 국회 정문앞에서는 해직교사 20여명이 침묵시위를 벌였다. 복직에 관한 특별법 제정과 올 2학기 전원복직을 요구하는 시위는 국회밖의 또다른 평행선이었다.
해직교수 출신으로 문민정부의 교육부장관에 발탁된 오 장관이나 전교조 교사들이나 모두 대화로써 난제를 풀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양자의 대화는 여전히 서로 명분을 잃지않고 사태를 해결하려는 동상이몽임이 이날 회의에서도 드러났다.<노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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