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감군」보도 혼선의 전말/이상언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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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앙일보를 비롯한 석간신문들과 연합통신·방송들은 6일 오전 민자당과 국방부간의 국방당정회의가 끝난뒤 의원들의 설명을 근거로 「국군 10만명 감축」기사를 주요뉴스로 다루었다.
그러나 이같은 보도가 나간뒤 국방부측은 『보도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추측·왜곡보도를 자제해달라』고 공식발표해 의원들은 물론 취재기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취재보도의 전말은 이렇다. 이날 오전 전경련회관에서 당정회의가 끝나자마자 회의장밖에서 기다리던 기자들과 신상우 국방위원장이 만났다.
마침 어떤 기자가 회의장 문틈을 통해 들은 내용을 근거로 국군 10만명 감축추진의 사실여부를 묻자 신 위원장은 『육군은 10만명 줄이고 해·공군은 늘린다』고 설명했다.
신 위원장은 『전체적으로 10만명이 주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대통령계도 보고했다고 하더라』고 확인해주었다.
민자당의 대선공약에 군병력감축이 포함된 것을 기억하는 기자들은 신 위원장의 말을 대선공약의 구체화작업으로 인식했다. 취재기자들은 국회국방위원의 민자당측 간사인 서수종의원으로부터도 『육군은 10만명 줄이고 해·공군은 1만∼2만명 늘린다고 하는데 구체적인 시한은 언급하지 않았다』는 확인을 했다.
석간신문과 방송정오뉴스가 나가고 국방부측이 추측·왜곡보도라고 하자 신 위원장은 뒤늦게 『회의에서 국방부측이 97년까지 병력을 줄이겠다고 보고하지는 않았으며 문제의 10만명은 방위병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그러나 서 의원은 『내가 듣기로는 장비 현대화 등을 통해 10만명을 줄인다는 것이었다』고 당초입장을 고수했다.
이와함께 6일 회의에 참석했던 권익현의원은 『첨단병기도입 등을 통해 전력이 증강되면 병력이 줄어야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국방부가 회의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가볍게 언급하고 넘어갔다가 막상 활자화되니까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국방부측이 당정회의에서 설명을 모호하게 했거나,아니면 의원들이 국방부측 설명을 잘못 이해한 것중 하나가 이번 파동의 원인이다. 그러나 군출신(권 의원)과 안기부간부출신(서 의원)으로서 평소 국방부측 보고를 자주 듣는 국방위원들이 보고를 잘못 들었다고 일축하기엔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국방부가 정말 이날 보고내용이 국가안보에 중대한 사안이라고 생각했으며 「사후약방문」처럼 뒤늦게 보도내용을 부인하는 자료를 돌리는 것보다 회의결과를 취재하던 기자들에게 신 위원장과 함께 결과를 설명하든가,아니면 최소한 그 자리에서 보충설명을 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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