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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역없이」가는 율곡사업 특감/전·노 전 대통령 조사추진 파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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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기종변경·평화의 댐 결정확인/서면질의나 방문조사 택할듯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도 마침내 감사원의 질문서를 받고 답변서를 써야할지 모른다.
이러한 움직임은 5,6공을 어떻게 역사적으로 매듭지을 것인가를 고민해온 청와대와 「성역없는 감사」를 지켜내기 위한 감사원의 고심이 절충된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역사에 맡긴다』는 김영삼대통령의 뜻을 의식해왔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율곡사업·평화의 댐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기 위해선 각각 노·전 전 대통령에 대한 질문을 건너뛸 수 없다는 현실사이에서 고민해왔다.
그래서 감사원은 『진상은 밝히되 평가·문책여부는 역사에 맡긴다』는 중간선을 그려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2일 전직대통령의 정책결정은 통치행위이므로 감사의 대상이 되는 것은 곤란하다는 의사표시를 해 조사강행까지는 곡절이 예상된다.
○상충안되게 조율
○…감사원은 1일 공식적으로는 『전직대통령에 대한 조사방침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표현을 자제했다.
그러나 대부 움직임을 살펴보면 구체적인 조사준비에 착수했음을 알 수 있다.
감사원의 고위관계자는 2일 ▲조사는 「진상확인」 차원이고 ▲잘못이 드러나더라도 문책은 역사에 맡긴다는 두가지 점을 분명히했다.
전직대통령에 대한 감사원의 조사 가능성은 비교적 일찍부터 시사되어 왔다. 감사원의 고위관계자는 본격적인 소환조사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달 중순 공개적으로 이렇게 천명했었다.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결과 업무의 책임이 윗선까지 올라갈 경우 감사원이 조사를 하지 않는다면 직무중단이 될 것이다.』
그는 『역사에 맡긴다는 김 대통령의 뜻과 상충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대통령의 그런 뜻은 차원이 다르다. 조사와 상충되는 것은 아니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상충된다해도 좋다. 대통령과 감사원이 짜고 한다는 인상을 주면 안되니까…』하는 선까지 나아갔었다.
감사원은 최근 이 원칙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감사원은 율곡사업비리 혐의자들을 소환조사한 결과 차세대전투기 기종변경 등 주요무기 도입에 노 전 대통령이 결정권을 행사했으며 평화의 댐에 대한 1차 자료조사에서 전 전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따라서 감사원이 강조해왔던 「조사의 필요성」이란 대목이 충분히 성숙된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훗날 비록 오판임이 밝혀지더라도 당시 최고통치권자의 결정은 통치행위』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사결과 부당행위가 나와도 결국 역사에 맡길수 밖에 없는것 아니냐. 전직 대통령들은 탄핵이나 징계대상도 아닌데….』
그러나 좀더 민감하고 복잡한 문제도 있다. 단순한 판단착오나 업무상 부당행위가 아니라 불법자금 수수같은 부분이 나오는 경우다.
감사원은 일단 전직대통령이 불법로비자금을 받은 혐의가 있다면 이것도 조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관계자는 『그러나 지금은 그런 혐의가 없다』고 명시했다.
감사원관계자들은 이런 방침을 귀띔하면서 『청와대와 상의한 바는 없다』는 점을 꼭 덧붙이고 있다.
감사원은 조사할 경우 조사방법으로는 전직대통령이란 신분을 고려해 서면질의나 감사반원이 자택을 정중하게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로비자금도 대상
노 전 대통령은 그의 재임중에 있었던 차세대전투기 기종변경(F­18→F­16),대잠수함초계기,잠수함,대공미사일 미스트랄 등 주요 무기체계의 도입에 관해 질문을 받게될 것으로 보인다.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의 핵심은 북한 금강산댐을 「안보위기감 조성」에 이용했는지 여부와 평화의 댐을 서두른 경위 등이다. 5공에서도 K1 전차 포수 조준경·잠수함 등이 추진돼 이 부분에 대한 질문이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경위확인에 중점
○…감사원은 권영해 국방장관에 대한 경위확인조사의 방침을 지난달 중순께 세웠으며 지난달말 그가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 참석하는 점을 고려해 이의 공개를 미루어왔다.
권 장관은 국방차관으로 있을때인 90년 12월∼92년 2월 율곡사업의 실무추진 기구인 전력증강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차세대전투기·대잠수함초계기·대공미사일 등 굵직굵직한 사업에 관여했다.
따라서 감사원은 그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일찍 내렸다. 감사원은 「엄무추진경위」와는 별도로 「비리여부」에 대해서도 예금계좌추적 등 1차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감사원의 고위관계자는 『그의 계좌에서는 별다른 혐의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해 그에대한 조사가 「비리」보다는 「경위확인」 쪽이라는 점을 암시했다.
감사원은 현직장관이라는 신분을 감안해 감사반원의 면담같은 방법을 검토하고 있으나 다른 현직들도 소환됐었다는 점에서 그도 소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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