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 뒤늦은 기술개발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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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페인트업계가「3무」의 오명을 벗기 위한 노력에 한창이다.
3무는「무기술·무 투자·무 수출」을 뜻하는 것으로 다소과장이 있긴 하지만 독자적인 기술개발이냐 연구투자에 소홀, 외국과의 기술제휴에 의존한 채 수출 대신 내수시장에만 주력해 온 페인트업계의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페인트업계는 연평균 30%이상의 성장률과 1조2천억 원(93년 예상)에 달하는 시장규모,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우리색깔이 없는 산업」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실제로 비교적 제조기술이 어렵지 않은 일반 건축용 도료를 제외한 선박·자동차·가구·전자제품·악기·반도체 등 현재 시판되고 있는 공업용 도료의 95%이상이 외국과의 기술제휴를 통해 생산되고 있다.
이는 국내 주요업종 중 대외기술 의존도가 가장 높은 편이며 현재 제휴중인 2백1건의 기술도입 건수 중 68%인 1백36건이 일본 기술이다.
기술이 뒤 처지다 보니 페인트 자체의 지난해 수출은 7천8백만 달러에 그쳤으며 그나마 이중 80%가 컨테이너 도료에 치중돼 있어 올해 국제 컨테이너 시장에 불황이 닥치자 지난 5월까지 수출액이 이미 25%정도 감소했을 정도로 취약함을 안고 있다.
이같이 페인트업계의 기술이 낙후된 것은 국내 페인트산업이 군소 업체들을 중심으로 손쉬운 건축용 페인트에 편중돼 성장해 왔고 그동안 급 성장한 공업용 특수페인트도 장기간의 연구가 필요한 고난도의 정밀화학 기술이어서 대부분의 업체들이, 자체 기술개발보다 기술제휴에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결국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 이같은 상황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90년 대들어 페인트업계의 성장가능성을 겨냥한 업체들이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고 삼성·동부등 대기업들의 참여 계획이 본격화하면서 기술개발에도 불이 불고 있다.
이에 따라 84년 자체 기술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기술개발에 큰 의욕을 보여 온「노루 표 페인트」의 대한 페인트 잉크 측은 90년 포스터가 달라붙지 않는 광고물 부착 방지용 도료를 개발한데 이어 각종 특수도료의 국산화를 성공시켜 나가고 있다. 특히 대한 측은 지난해 페인트 업계로서는 드물게 매출액의 4%(60억 원)를 R&D(연구·개발) 에 투자하기도 했다.
또 정주영 회장의 동생인 정상영 회장의 고려화학도 그동안 현대그룹 계열사의 컨테이너·자동차·선박 덕분에 국내에서 선두업체의 자리(컨테이너 부문은 세계1위)를 굳건치 지켜 올 수 있었지만 수년 전부터는 국내외에서 비 현대물량의 수주 확보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그 결과 고려화학 측은 91년 그동안 외국에서 도입하던 선박용 도료 제조기술을 국산화하는데 성공, 영국업체에 역수출하기도 하는 등 연구·개발에 집중투자하고 있다.
이밖에 동양 특수화학이 올3월 표면에 고무 막이 형성되는 방수용 페인트를 독자개발한데이어 건설화학·조광페인트·삼화페인트 등 주요업체들도 지난해 R&D투자비율을 최고 3%까지 끌어올리며 기술개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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