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민족 음악『국악과 조화』잇단 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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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서양음악과 서양의 평균율음계가 전 세계에 지배적인 음악체계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음악의 다원성을 인정하면서 각 민족의 전통음악을 보존·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모든 음악유산에 대해 중립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현대 음악의 사조를 타고 깊은 전통을 가지면서도 여러 형태의 음악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아시아의 고유 음악들이 조명 받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우리의 음악이 아시아의 음악이며 나아가 세계적인 음악임을 현장에서 체험하고, 그것이 세계음악과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자리 매김 되는지를 조명하는 무대가 잇따라 마련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7월8일 국립극장 대 극장에선 대금산조의 새로운 유파를 형성해 가고 있는 원장현씨(43)와 세계음악사의 원류로 평가받고 있는 인도의 전통음악「라가」가 함께 하는「원장현과 아시아 음악의 만남」이 펼쳐진다.
서양 음악사에 일정한 영향을 준 가장 오래된 음악유산이며 현대의 음악학자들로부터도 극찬 받고 있는 인도의 전통음악「라가」는 느린 박 소에서 시작돼 점차 빠른 박자로 고조돼 가는 심오하고 유연한 즉흥연주가 주를 이룬다는 점에서 우리의「산조」와 비슷한 형식을 갖고 있다.
원장현씨에 의해 즉흥 연주되는『젓대 소리』(젓대는 대금의 다른 이름)와 변화무쌍한 인도 전통음악「라가」연주는 어떤 관습과 형식에도 구애되지 않고 자유롭고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아시아 음악의 정수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라가」연주자로는 우리 대금과 비슷한 형태의 인도악기「반스리」의 대가로 알려진 하리프라사드 초우라시아씨와 그 밖의 몇몇 인도음악인들이 선보일 예정이다. 초우라시아씨는 인도의 민요반주에만 쓰이던「반스리」를 중요 악기로 발전시켜 유럽에서 여러 장의 음반을 녹음해 내는 등 인도음악을 국제적인 음악으로 부상시킨 인물로 알려져 있다.
국립국악원 이승렬 원장은『남의 음악을 진지하게 이해하려는 노력이야말로 우리 것을 확실히 알 수 있게 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하고『이번 합동무대는 비슷한 악기형태와 리듬에서 아시아적인 음악의 특징을 이해하고 우리 음악의 높은 수준을 재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평가했다.
한편 박범훈씨(중앙대 교수)가 이끄는 중앙 국악 관현악단 등 우리 국악인 67명은 4일부터 일본 가고시마에서 열리는「아시아 민족 음악제」에 초청돼 우리의 전통음악 변주들과 창작 곡들을 선보인다.
일본의「대고」타 악 연주단과 중국의「얼후(이호)」(우리의 해금과 비슷한 고유 악기)연주, 가무 악 등 이 참여하는 아시아 민족 음악제에는 우리 쪽에서 중앙 국악 관현악단 외에 두레패 사물놀이, 손진책·김성녀씨 등 연극인도 참가한다.
중앙 국악 관현악단은 백대웅 작곡의『회혼례를 위한 시나위』국악 창 작곡을 연주하게 되며 국수호씨의 춤, 김성녀씨의 창이 어우러지는 작품『신무』도 공연에 참가한다.
서울과 도쿄 등지에서 중앙 국악 관현악단과 협연한바 있는 중국의 얼후 연주자 강건화씨는 박범훈 작곡의 얼후 협주곡『향』을 연주한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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