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 기록 체험담 "최우수상" 춘천-백순옥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MBC-TV의 주말연속극 「사랑이 뭐길래」의 대발이 아버지보다 더 구두쇠인 친정아버님을 닮았나 봐요. 붓고있는 정기적금이 내년에 끝나면 우리 집 수입의 1%만이라도 매달 불우이웃을 돕는데 쓰고 싶습니다.』
24일 오후 저축추진 중앙위원회의 92가계부 기록체험담 공모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백순옥씨(42·강원도 춘천시 효자3동 18의20).
남편에게서는 『조그만 여자가 독종이다』는 격려성 놀림을, 직장상사로부터는 『독일 병 정』이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어미통장」과 그 이자로 가입한 「새끼통장」·보험증서 등 각종 저축성 통장을 13개나 간직하며 티끌을 태산으로 만들어냈다. 그는 92년 연 수입 3천여만원 중 54%를 저축했다.
여고졸업 후 공무원시험에 합격, 양구군에서 직장 생활하다 78년 친구소개로 공무원 임현간씨(43·현재 강원도청 도로과 7급)와 결혼, 시부모와 시동생 둘·시누이등과 함께 살게 됐다.
그때부터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방불할 만큼 백씨의 지독한 구두쇠 작전과 가계부 기록이 시작됐다.
『아이들 머리를 직접 깎아주었어요. 출장 때 교통비를 줄이려 걸어다니다 한때 관절염을앓기도 했지요. 아이들 옷은 친척들에게서 얻어 입히고 채소 등 부식은 밭에 가서 직접 사오고….』
남편이 80년 강원도청으로 발령 받은 뒤 9년간 주말부부로 지내면서 묵묵히 해내는 어려운 객지생활을 생각하며 힘든 일도 참았다.
마침내 백씨는 89년10월 방 다섯 칸을 사글세로 내놓은 대지 57평·건평 28평의 어엿한 한옥 여주인으로 발돋움했다. 남편의 뜻에 따라 등기명의가 백씨 앞으로 된 것이다.
게다가 이제 내년만기 적금을 타면 현재 있는 돈과 합쳐 1억원의 노후자금도 손에 쥘 수 있게 됐다.
현재 춘천군 형북 면사무소에서 근무(보건직 8급)중인 그는 슬하에 아들 황룡(15·강원중3)·황준(교동국교 4)군을 두고 있다. <김영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