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주권론 안보해결책 아니다”/한국원자력연주최 학술세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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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제 정치적 부담만 늘어… 지역안보 강화필요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체제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핵주권론은 21세기의 군사적 기반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되고 있다.
서울대 하영선교수(국제정치)는 한국 원자력 연구소가 25일 서울상공회의소에서 주최한 학술 세미나에서 「동북아시아의 정세변화와 우리의 좌표」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앞으로 핵개발비용과 기술은 비교적 용이해지더라도 개발과정의 국제적 제재는 강화될 것이므로 총체적 손익계산의 면에서 보면 핵주권론은 안보의 21세기식 해결방안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 교수의 주장은 북한 핵문제가 현안으로 등장하면서 최근 국내에서 크게 일고 있는 이른바 핵주권론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하 교수는 『냉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남북한관계,냉전기와 탈냉전기의 과도기에 놓여있는 동북아 국제 군사질서속에서 한반도는 1차적으로 방어중심의 국가안보체제를 구축해야 하며 다음으로 공동안보에 기반한 지역안보체제의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장기적으로는 한미 상호방위체제를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이같은 맥락에서 볼때 핵무기의 정치·군사적 효용은 상대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특히 핵연료의 농축이나 재처리 기술의 경우 과학기술 및 경제적 측면에서는 국내적 기반 마련의 타당성이 인정되더라도 동시에 국제정치·군사적 측면의 부담을 고려한다면 보다 신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남북한의 실질적 평화공존이나 평화통일이 이뤄지지 않는한 우리 의사와는 관계없이 평화적 이용을 위한 농축·재처리기술의 자립적 기반마련에 대한 확고한 국제적 신뢰를 받아내기 어렵다』면서 『이러한 예민한 기술분야의 기반확립은 불가피하게 다국적 접근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주장은 일부 학계·안보전문가그룹들이 우라늄 농축·플루토늄 추출 기술의 포기가 핵주권의 포기라고 비판해온 것과 상치되는 것이다.
하 교수는 『한반도가 21세기 동북아 주도세력의 일원으로 등장하기 위해서는 남겨진 숙제인 분단과 통일문제를 전진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문제를 미래지향적으로 검토한다면 남북한은 남북한 국가연합·남북한 개별국가·지방자치단체,그리고 동북아 지역 및 세계질서를 포괄적으로 품을 수 있는 새로운 행위주체를 상정해야 한다는게 하 교수의 주장이다.
한편 하 교수는 빠르게 부상하고 있는 일본의 변화를 감안한다면 동북아 국제정치 질서가 미·일 또는 미·일·중 주도의 형태로 나타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일본주도화할 위험성까지 상정해 신동북아 질서를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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