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라는 건 연기 인으로서 근성을 뜻하죠"|영화 촬영차 내달 미 출국 이혜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80년대 중반께 영화배우 이혜영의 활동을 알리는 글에는 수식어「고 이만희 감독의 딸」이 반드시 붙어 다녔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지금 이혜영(31)은 이 수식어를 떼어버리고 연극인·MC·탤런트·모델 등의 화려한 수식어를 새롭게 달고 있다.
『이만하면 이제 독자적인 아이덴티티를 구축한 것 아닙니까.』
오히려 그 이상이다.
이혜영은 81년 뮤지컬『사운드오브 뮤직』을 시작으로 연극무대에 서기 시작, 10여 편의 주역을 맡으면서 연기력을 다졌다.
영화에서는『겨울 나그네』의 양공주에서『개벽』의 해월 최시형 아내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배역을 소 화해 냈다. 영화를 하면서 얻은 별명은「끼 있는 여자」다.
『성적인 매력의 의미가 아니라 연기 인으로서의 근성이라는 의미에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85년에는 KBS-1TV의 『뮤직 박스』에서 MC로 데뷔, 방송과도 인연을 맺는다. 91년 SBS-TV개국과 함께 파격적으로 앵커로 발탁돼 뉴스 프로를 진행하면서 본격적인 방송인으로의 이미지를 굳혔다. 현재는 지난 5월부터 MC로 KBS-1TV『쇼 파노라마』를 진행하고 있다.
『진행에 큰 어려움은 없고 시청자들이 처음보다 조금씩 좋아진다고 해서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이혜영은 이 프로그램에서 노래·댄스 등 자신의 「끼」를 마음껏 과시하면서 MC로서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연기 인으로서의 이러한 모습은 이혜영에게 깊이 있는 팬들을 확보해 줬다. 그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쉽게 싫증을 내지 않는 특징이 있다.
방송과 함께 영화 일도 열심히 하고 있다. 장선우 감독의『화엄경』이 다음주 개봉예정으로 있다. 이 영화에서는 구도의 길에 들어선 주인공을 유혹해 시험에 빠뜨리는 역할을 맡아 여성미를 한껏 과시했다.
7월에는 2개월간의 일정으로 미국 로케를 떠날 예정이다. 작품은『낙타는 따로 울지 않는다』로 유명한 이석기 감독의『아주 특별한 변신』. 임사라씨가 원작을 쓴 이 영화에서 이혜영은 어렸을 때 성폭행 당하고 아버지를 살해당한 한 여인이 운명을 극복하고 복수를 벌이는 비극적인 주인공역을 맡았다.
이혜영은 81년 성정여고를 졸업하고 그해 뮤지컬『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84년 영화『여왕벌』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상. 86년『티켓』으로 대종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현재 어머니 오흥순씨(54)와 함께 살고 있다. <상>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