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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무용단체 우수창작품 개발 "한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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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세계무대 진출을 염두에 두고 우리 고유의 창작품을 살려 공연자 개인 혹은 단체별로 간판이 될만한 고정적인 레퍼터리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 같은 움직임은 우수한 작품들을 공연주체별로 전문화시켜 작품의 생명력을 장기화하고 인기나 기량·작품성에서도 대중의 인정을 확보해야만 한다는 공연계의 자체요구에 따른 것이다.
공연계는 이를 위해 전문가나 일부 애호가들만이 알고 있는 수작들을 공연자 혹은 단체별로 집중적으로 개발해 이를 관객의 호응이나 시대에 맞게 계속 변주해가며 지속적으로 공연 함으로써 보다 많은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 예술을 세계화하고 고유전통을 확립하는 일도 가능하다는 것이 이들의 기본적인 인식이다.
공연예술이 발전한 외국의 경우 전통이 깊은 공연자 혹은 단체들은 모두 간판격의 특정 레퍼터리를 보유하고 있으며 바로 그 작품 한 두개로 지속적인 명성과 인기를 누리고 있다.
어느 발레단보다 『호두까기인형』을 잘하는 볼쇼이발레단, 영화화까지 된 누레예프 안무의 『백조의 호수』, 미하일 포킨 안무와 스트라빈스키 음악의 『불새』 『페트루슈카』등이 그 고전적인 예며 마사 그레이엄 안무의 창작품 『비탄』도 작품으로 명성을 대신하고 있는 경우다.
우리의 경우 이 같은 고정 레퍼터리 시스팀의 작품은 고유의 음악과 춤을 계승하면서 예술적인 보편성을 갖는 창작품들. 이를 위해선 창작자-공연자-활동무대 등이 일체감있게 연결되는 작품개발과 영상문화시대에 걸맞게 이들을 비디오로 제작, 대중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창무회(대표 김선미)는 기존 작품들 중 우수한 공연들을 고정 레퍼터리로 전문화시킨다는 목적의 일환으로 21일까지 포스트극장에서 레퍼터리 페스티벌「신자연주의」를 공연한다. 특히 황지우의 시를 소재로 한 최지연 안무의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는 국악대중음악을 개척하고 있는 그룹「슬기둥」과 함께 우리 전통의 「자연성 회복」이란 명제를 추구하고 있다.
김영동씨가 이끄는 시립국악관현악단은 25, 26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시립가무단·시립합창단 등과 합동으로 「소리여행」이라는 공연을 통해 야심적인 「우리 음악 찾기」무대를 펼친다.
「소리여행」에서 선보이는 『개벽』이란 작품은 김지하의 『대설 남』을 소재로 국악만이 가질 수 있는 소리와 분위기를 동원하고 박동진의 판소리 등을 합쳐 악·가·무 일체의 복합적 시도를 하고 있다.
김영동 단장은 『우리 예술이 세계적으로 진출하고 발전하려면 고유의 소재와 전통으로 훌륭한 창작품을 개발하는 길밖엔 없다』고 역설하고 있다.
3년간 기획·준비 끝에 대형창작무용「두레」를 21∼23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무대에 올리는 시립무용단은 농경사회의 놀이문화와 우리의 토속적 정서를 무용언어로 표현하는 이 작품에 사활을 걸다시피 전력투구하고 있다.
국립무용단의 중견단원들이 벌이는 창작무대들(21, 22일 국립극장소극장)가운데 정신대 문제를 무속적인 분위기로 다루고있는 이지영의 『아리랑 여인들』, 5인의 군무로 삶의 원리들을 불교적 해석으로 더듬어 가는 『숨』등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하보경의 밀양북춤, 박병천의 북춤 등을 보여주는 예술의 전당 「한국의 소리와 몸짓」시리즈(27일)도 그 독특한 예술성으로 길이 간직될 작품으로 꼽힌다. <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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