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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개씨 법적용 “봐주기 의혹”/형량 가벼운 단순뇌물수수 예비청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검찰이 이건개 전 대전고검장의 혐의사실에 대해 주청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뇌물수수로 하고 예비청구를 형법상의 뇌물수수로 기소한 것을 극히 이례적인 일로 「팔이 안으로 굽은」 조치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 전 고검장은 슬롯머신업계 대부 정덕진씨의 동생 덕일씨로부터 5억4천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28일 구속됐고 당시 검찰은 이 전 고검장에게 특가법상의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었다.
특가법상 뇌물수수는 공무원이 5천만원이상의 뇌물을 받았을 경우 10년이상 무기징역까지 처벌하도록 규정돼 있으며 이 경우 피의자의 정상을 참작한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5년이상의 실형이 불가피하다.
이 전 고검장이 구속된지 열흘이 넘으면서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집행유예가 가능하게 적용혐의를 조정하려 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검찰은 실제로 대검 연구관들을 통해 다른 혐의를 적용시킬 수 있는지 판례연구를 하게 했고 형법상의 뇌물수수를 예비청구로 적용시킨다는 「묘방」을 찾아낸 것이다.
검찰은 이 전 고검장이 덕일씨로부터 돈을 빌린 것이며 언젠가는 갚으려했기 때문에 이 전 고검장은 액수를 계산할 수 없는 금융상의 이익을 얻은것에 불과해 형법상의 뇌물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고검장이 받은 5억4천만원의 법정이자만을 계산해도 이미 억대가 넘으므로 「계산할 수 없는 금융상 이익」 운운은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검찰이 예비청구를 단순뇌물로 함에 따라 이 전 고검장의 변호인측은 『검찰이 예비청구까지 한 것으로 미뤄도 특가법 적용은 잘못된 것』이라는 변론을 중점적으로 할것이고 판사의 판단으로 영향을 미칠것이 예상된다.
형법상 뇌물죄의 법정형량은 5년이하의 징역이어서 2심에서의 감형 등을 고려하면 3년이하의 형을 선고받아 집행유예로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이같은 묘수는 검찰이 평소 엄정한 법집행과 죄를 지은 사람은 누구나 처벌을 받을 것임을 주장해온 점을 고려할때 문민시대의 법집행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김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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