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진단」 요구하는 러시아의 수영장(특파원코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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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러시아 사람들은 수영을 무척 좋아한다.
아주 어린 꼬마에서부터 나이든 노인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국민들이 수영을 즐기며 이들의 실력도 대개는 상당한 수준이다. 동네마다 한두개 이상의 수영장이 있고 유치원에서부터 체계적으로 수영 등 기본운동을 교육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러시아에서는 동네 수영장이든 아니면 학교에 부설된 수영장이든 개인용도의 폐쇄적인 공간이 아닌 공공장소에서 수영하려면 『이 사람은 질병(특히 피부병)이 없다』는 의사의 소견서를 반드시 첨부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로서는 이해가 되지않는 일이겠지만 의사의 소견서(일정한 형식의 진단서)가 없으면 수영장의 입장이 허가되지 않는다.
처음 모스크바에서 수영장을 찾았을 때 기자는 의사의 소견서를 내놓으라는 관리인의 말에 무척이나 황당해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그래서 평소 친하게 지내던 러시아인 친구들에게 이를 물어보기도하고 이에대해 불평하기도 했다.
그런데 기자의 친구들은 기자의 불평에 오히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들이었다.
혼자만의 수영장이 아닌데 의사의 소견서가 필요한게 당연한 절차가 아니냐는 이들의 설명은 간단 명료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이러한 절차가 없느냐며 한국이 오히려 이상한 나라라는 표정들이었다.
또한 수영장마다 담당의사가 파견되어 있어 누구든지 쉽게 소견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여행갈 때마다 의사의 소견서도 같이 챙겨야 하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물론 몇몇 호텔 등에서는 호텔 부설 수영장의 입장시 의사의 소견서를 요구하고 있지 않지만 이는 대부분의 러시아인들이 값만 비싸고 별로 시설도 좋지않은 호텔 수영장을 거의 이용하지 않고 있는데다 호텔이용객의 양식을 믿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한국에선 동네마다 수영장도 없고 또 학교에 부설된 수영장에서부터 한달 회원권이 수십만원에 이르는 고급 헬스클럽 부설 수영장에 이르기까지 어느 곳에서도 수영을 하기 위해 의사의 소견서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없었다.
러시아 친구들의 설명을 들은후부터는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러시아 사람들이 더욱 건강해 보였고 피부도 더 깨끗하고 아름다워 보였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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