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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대전 합동연설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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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D-10.

또 한 차례의 격전이었다. 8일 한나라당 대전 합동연설회에서 이명박.박근혜 후보는 필사의 각오로 유세전을 벌였다.

'인 파이터' 박 후보와 '아웃 복서' 이 후보의 진수를 보여준 한판이었다.

이 후보는 '당당한 후보론'으로, 박 후보는 '대선 필패 후보론'으로 상대를 공격했다.

이 후보는 네거티브 공방과 관련,"음해 공작이 지겹지 않으냐. 지금까지 수많은 의혹을 제기했지만 단 하나도 사실로 나타난 게 없다"며 "앞으로도 절대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제주에서 시작해 이곳에 이르기까지 (나는) 단 한번도 다른 후보를 비방하지 않았다"며 "이는 제가 자신있고 당당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세계를 돌아보면 능력있는 지도자, 경륜있는 지도자를 만난 나라는 다 경제가 발전하고 있다"며 "무능한 대통령을 뽑아 서민들이 얼마나 고생했느냐"고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내세웠다.

이 후보는 대전 유세인 점을 감안,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를 분명히 반대했다. 하지만 시작된 것은 제대로 만들어놔야 한다. 행정중심복합도시를 확실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청계천 복원 때 반대하던 20만 명의 상인을 4000번 넘는 설득으로 열렬한 지지자로 바꿔놓았고 대중교통 개혁은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며 "이런 풍부한 행정 경험, 우리 후보 중 누가 갖고 있느냐"고 강조했다.

그는 연설에 들어가기 전 "박근혜 후보님 부드럽던 모습이 어디 가고 독해졌나. 이전엔 그러지 않았는데 걱정이 많다"는 말도 했다.

박 후보는 보기 드물게 거센 공세를 폈다. 그는 '이명박 캠프와 국정원 커넥션' 논란과 관련, "저를 음해하기 위해 제2의 김대업에게 돈을 주고 기자회견을 시킨 것이 드러났다"며 "겉으론 정치공작의 피해자를 자처하더니 과연 누가 피해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어 "지도자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행복도시법을 통과시킬 때 대표직과 정치생명을 걸었다"며 "(하지만) 군대라도 동원해 (행복도시를) 막고 싶다는 분이 있었다"고 이 후보를 겨냥했다.

그는 이어 "강바닥을 파는 19세기식 토목공사에 수십조를 쓰겠다고 한다. 저는 그 돈으로 제2의 과학혁명을 일으키겠다. 대전을 놔두고 과학 비즈니스 도시를 만들려 하는데 둘 다 망한다"며 이 후보의 정책을 비판했다.

박 후보는 "시도 때도 없이 말을 바꾸는 후보를 선택하겠느냐,약속을 끝까지 지킨 박근혜를 선택하겠느냐"며 "여러분의 손으로 대한민국의 운명을 선택해야 한다"고 한 표를 호소했다. 그는 연설 말미에 "대선 패배를 선택하겠느냐, 필승 후보 박근혜를 선택하겠느냐"며 '이명박 필패론'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5.31 지방선거 직전 테러를 당한 뒤 "대전은요?" 한마디로 판세를 바꾼 일을 거론하며 "충청의 선택이 박근혜라고 믿어도 되겠느냐"고도 했다.

양 진영의 공방은 합동연설회가 끝난 후에도 계속됐다.

이 후보 측 장광근 대변인은 "압권이었다. 박 후보의 연설이 얼마나 공격적이었으면 이 후보가 '부드럽던 분이 왜 이렇게 공격적이 됐느냐'는 농담으로 연설을 시작했겠는가"라며 "박 후보가 좀 되돌아봐야 할 대목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측 황석근 공보부단장은 "박 후보의 연설을 비하하는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한 간절한 호소를 희화화하는 망발"이라고 이 후보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날 합동연설회엔 5500여 명의 지지자가 모여들어 연설회 내내 "이명박" "박근혜"를 연호했다.

신용호 기자, 대전=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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