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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기업인도 사정”의지 천명/배종렬 한양 전 회장 왜 구속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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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수천억 체임하며 회사돈 빼돌려 사익챙겨/「노사불법 함께 처벌」 검찰권행사 첫 작품
우리나라 굴지의 건설업체 (주)한양의 배종열 전 회장에 대한 검찰의 전격적인 구속방침은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살아남는다』는 악덕기업인의 구태의연한 경영태도에 철퇴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가시적으로 천명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동안 검찰은 『문민정부 시대의 검찰은 노사관계에 있어 불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노나 사 어느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법정신에 따라 엄정한 검찰권을 행사한다』는 방침을 밝혀 왔었다.
특히 검찰이 새 정부의 노사관계에 관한 검찰권행사 「첫 작품」으로 대기업 오너에 대한 사법처리라는 충격요법을 선택한 것은 대기업도 사법처리 대상에서 예외일수 없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은 물론 향후 노사관계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가늠케 하는것으로주목되고 있다.
검찰은 이번조치에 대해 『수천억원의 근로자 임금 등을 체불하면서도 회사자산을 빼돌려 사주의 이윤만을 추구한 것은 기업정신은 물론 사회정의에도 반하는 것이며 이같은 사회적 지탄대상자를 처벌하는 것은 범정부적 사정작업의 일환』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발단=서울지방노동청은 노조측의 체불임금지급과 경영정상화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접수한 이래 지난해 10월21일과 올 2월28일,그리고 지난달 21일 세차례에 걸쳐 형식상 법인대표인 강법명사장을 근로기준법 위반혐의로 입건,검찰에 송치했다.
노동청 조사결과 4천7백여명의 상시근로자와 2만여명의 일용근로자를 거느린 한양은 노임·상여금·퇴직금 등 체불임금이 ▲92년 1천5백6억원 ▲93년 4월까지 5백32억원규모로 드러났으며 『체불임금을 해소하겠다』는 회사측 주장에도 불구하고 올 5월말 현재까지도 일용근로자 1만4백20명을 포함한 1만3천7백40명분의 임금과 상여금 등 2백35억9천여만원의 임금체불상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수사=검찰은 수사결과 배 전 회장이 산업합리화 지정이후인 87년 3월부터 92년 6월까지 제3자 명의로 1백70필지 28만4천7백91평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회사자금을 비정상적으로 유용한 혐의가 드러난데다 86년 8월부터 올 2월까지 친인척명의로 출자한 관련회사 주식자금 24억원도 자금출처가 불분명하는 등 회사자산 유용혐의가 짙자 일찌감치 배씨의 신병확보 방침을 세웠다.
더욱이 검찰 수사결과 92년도 신도시 및 지하철공사장 등 3백3개 공사현장 전체 산업재해가 7백48명중 18.3%에 달하는 한양의 공사현장 14개소에서 1백73명의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뿐 아니라 산업재해가 20명 이상이 발생한 대규모 산업재해장 3개소 전부가 평촌 4차,산본 1,3차 등 한양의 공사현장에서 밝혀져 실질적 소유주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정리하게 된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기업오너의 영향력이 지대한 우리나라 기업현실에서 배씨의 신병확보가 법정관리협상이 진행중인 회사경영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주공측과의 협상과정을 지켜보다 가계약이 끝난 직후인 9일을 배씨에 대한 사법처리 D데이로 잡은 것이다.
◇배 전 회장=경남 창원이 고향인 배씨는 마산상고·동아대법대를 졸업하고 67년 서울 영등포동에 대동목재를 설립,기업경영을 시작했다. 이후 주택 건설업체에 목재를 판매하면서 재력을 쌓은 배씨는 73년 한양주택개발을 설립,동부이촌동에 코스모스 맨션을 지었다.
그후 불어닥친 아파트 건설붐을 타고 사세를 급신장시킨 배씨는 중동에 진출,고속성장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한양은 해외공사에서 부실시비 등에 휘말려 돈을 제대로 받지못했을 뿐만아니라 83년을 고비로 국내 건설경기가 하락,자금압박에 시달리면서 86년 산업합리화 대상 기업으로 지정됐다.
5공시절 우장산 근린공원공사,평택 LNG 인수기지 건설공사 등 대형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내 의혹을 받아오다 6공 들어서 염보현 전 서울시장 등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주택경기 퇴조와 함께 몰락의 길을 걷던 배씨는 88년 주택경기 활성화 2백만호 건설 추진에 힘입어 재기의 길로 들어섰다.
그러나 신도시사업 진출로 매출액은 크게 늘었지만 인건비·자재비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사업용지 과다보유,조립식주택부품 공장과 건설중장비에 대한 과다투자,아파트 분양미수금 급증 등으로 경영이 악화됐다.
92년에는 민자당 정치연수원 부지를 수의계약해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다시 받았다. 올들어서는 노조가 경영부실과 회사돈 유용 등을 이유로 퇴진을 요구,회장자리를 내놓았다.<도성진·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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