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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간 이웃집 광고 전단 떼줍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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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여름휴가철이 절정이다. 많은 사람이 휴가를 떠났기 때문인지 요즘 아파트 계단을 이용하다 보면 현관 출입문에 광고 전단지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집을 흔히 볼 수 있다. 집주인이 있으면 미관 때문에라도 분명 떼어냈을 광고 전단지들이다.

누가 보더라도 이런 집은 빈집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광고 전단지가 붙어 있는 집들이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빈집임을 버젓이 알려 주는 꼴이니 절도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것이다. 아파트마다 불법 부착 광고 전단을 단속한다는 안내문을 게시하고는 있지만 단속이 잘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불황 속에서 몸부림치는 영세 자영업자들을 생각하면 이들의 부착 행위를 매정하게 몰아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건강을 위해 계단을 자주 이용하는 나는 오늘 아침에도 출근길에 계단을 걸어 내려오면서 출입문에 광고 전단이 잔뜩 붙어 있는 집들을 발견하고 주섬주섬 떼어 내 재활용 폐지통에 넣었다. 꼭 내가 아는 이웃이 아니라도 역지사지의 생각으로 말이다.

 여름휴가를 떠나며 아파트 경비실에 알리는 집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집이 훨씬 많을 것이다. 물론 아파트 경비실에서는 주기적으로 각 세대에 대해 순찰을 돌며 이런 불법 광고 전단들을 떼 줘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휴가를 떠나지 않은 이웃들도 옆집 현관문에 불법 광고지가 가득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하면 떼어 주는 미덕을 발휘하는 것이 어떨까. 이런 것이 이웃에 대한 작은 배려일 것이다. 내가 남을 배려하면 남도 나를 배려할 것이다. 그러면 어느날 내가 휴가 갈 때에도 마음이 한결 가볍게 느껴질 것이다.

최광언 강원도 춘천시 사우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