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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안보 「예방외교」 펼칠때/이서항 외교안보연구원 교수(기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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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분쟁해결보다 사전방지에 역점/군사훈련등 미리 알려 신뢰회복
최근 김영삼대통령이 국내의 개혁추진을 바탕으로 역내 안보협력 추구의 의지를 천명한데 이어 한승주 외무장관이 다자안보협력을 주요내용으로 한 지역협력의 모색을 신외교 5대기조 중의 하나로 밝힘으로써 급변하는 아시아지역 안보문제에 대한 한국의 접근방법이 명백히 제시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외무장관이 제시한 동북아 지역에서 장기적으로 추진될 안보협력체가 단순히 「소유럽 안보협력회의 형식」(Mini CSCE)이라고만 표현되어 앞으로 한국신외교가 정작 수행해야 할 세부과제는 「다자안보협력」에 담아야할 개념과 내용의 개발·정리에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유럽과는 상황 달라
이 과제는 우리들에게 한가지 질문을 스스로 던져주게 한다. 즉 동북아의 안보환경이 유럽의 그것과 근본적으로 다른만큼 과연 이 지역에서 구현될 안보협력체제는 어떠한 성격을 갖고 추진되어야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일반적으로 다자간 안보협력 체제는 역내 국가활동의 투명성 증대에 바탕을 둔 안보환경 개선에 우선순위가 있는만큼 우리가 상정하는 안보협력체는 무엇보다 특정사태의 해결을 목표로 삼기보다는 분쟁발생 소지를 사전에 방지하고 불안정요인을 제거하는 「예방외교」(Preventive Diplomacy)적 역할수행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예방외교란 분쟁의 발생방지 또는 분쟁이 일어났을 경우라도 확산방지와 관련된 제반조치의 시행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개념이며 분쟁발생후의 사태해결을 목적으로 한 위기관리외교 또는 집단안보와 구별된다. 또한 동북아 안보협력체는 공동행동 또는 공동정책의 추구를 목표로 하는 체제라기 보다는 일단 역내 주요 관심사항에 대한 의견교환 및 공동규범의 공유 등을 주목표로 하는 협의체 형태를 띠어야 할 것이다. 물론 상호협의 결과 합의가 이루어진 사항은 공동으로 이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개념과 성격을 동북아 안보협력체는 역내국가간 상호 안심 증대를 통해 항구적 지역평화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있으므로 다음과 같이 동북아의 독특한 안보환경을 감안,추진되어야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대결구도 청산미흡
첫째,동북아지역은 아직도 냉전적 대결구조가 완전히 청산되지 못해 한­미,미­일 등 기존 양자간 안보체제의 유지가 지역안정에 중요하다는 사실에 비추어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바처럼 다자간 안보협의체는 기존 양자간 안보체제의 지속 바탕위에서 상호 보완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이 지역은 남북한 대치와 일­러간 영토분쟁 등 많은 정치적 장애요인을 내포하고 있어 단계적·점진적 접근방법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따라서 안보협력의 내용도 논란의 여지가 비교적 적은 환경보존문제와 같은 공통 관심사항과 국방예산 공개,군사훈련 사전통보를 포함한 초보적 수준의 신뢰안보 구축조치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협력의 양식도 이미 정치·안보문제에 대한 다자간 대화를 시작한 아세안 확대 외무장관회담과 같은 기존기구부터 활용한다든지,또는 비정부간 민간기구 활성화를 통해 정부간 차원의 대화를 유도·촉진하는 이중적 접근방법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다자간 안보협력체는 역내 모든 관련국가가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북아 안보협력체는 이 지역과 관련있는 모든 국가가 참여하고 일부가 부정적 태도를 보일 경우 우선 참여가 가능한 국가만의 협력체제 추진 등 신축적 접근이 필요하다.
○국제지원 확보 필요
넷째,동북아 안보협력은 한반도문제와 필연적으로 연계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필요하며 한국은 이를 남북한 평화체제 구축 및 통일달성에 필요한 국제적 지원동의 확보의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이제 다자간 협력을 아시아지역 안보문제에 대한 기본 접근방법으로 채택한만큼 「안보협력」의 구체적 내용을 채우기 위해 논의를 활성화하고 역내 협조분위기를 확산시킬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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