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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공 외교·안보 주무른 「학자」/김종휘씨는 누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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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계좌서 나왔다는 「뭉칫돈」 정체에 관심
김종휘 전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을 아는 사람들은 그가 율곡비리에 관련됐다는 보도를 좀처럼 믿으려하지 않는다. 감사원의 공식감사 결과가 나오면 진위가 밝혀지겠지만 적어도 평소 노태우 전 대통령 참모로서 그의 언행은 「착한」 또는 「깨끗한」 편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그는 청와대 수석으로 노 전 대통령과 5년을 꼬박같이 지낸 유일한 참모다. 외모부터가 마음씨 좋은 시골국민학교 교장타입이고 업무를 통해 전혀 설치거나 마찰을 빚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에게 할말은 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왔다. 골프도 안하고 이른바 「교제술」과는 거리가 먼 편이었다.
평양부호의 아들로 태어나 경기고 졸업후 미 컬럼비아대에 유학,국제정치학을 공부했다. 62년 국방대학원 교수로 귀국,30년간 군사전략·한반도 안보문제를 강의했고 안보문제 연구소장으로 일하던중 노 정부출범과 함께 외교안보 담당보좌관(나중에 외교안보 수석으로 개칭)이 됐었다.
학자지만 줄곧 국방부와 인연을 맺어 안보현실과 전략에 비교적 감각이 있다는 평을 들었으며 초기 박철언씨의 독주를 견제하면서 북방정책을 주도해 구 소련·중국과의 수교를 이루어냈다.
그는 평소 군인사·방위산업 등이 소관분야임에도 오해나 잡음의 소지가 있다며 가급적 직접개입을 피해왔다고 함께 일한 청와대 비서관들은 증언하고 있다. 그는 특히 「하나회」 중심으로 군인사 인맥이 형성된데 대해 비판적이었으며 되도록 빨리 문민 국방장관시대가 와야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었다.
그의 계좌에서 뭉칫돈이 나왔다는 얘기에 『뭔가 잘못됐을 것』이라며 『혹시 노 전 대통령이 퇴임전에 준 촌지 등을 순진하게 그대로 입금시킨게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한 청와대 비서관은 그가 F16기로 기종 환원을 결정할 즈음 미 GD사 대표의 면담을 거절한 것은 물론 결정 이후에도 공연한 의심을 받을 필요가 없다며 사절했다고 전했다.
물론 이런 행태를 조사결과에 따라서는 「내숭 떨었다」고 말할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감사원 관계자들은 『김 수석이 아무리 개인적으로 조심했다 하더라도 매년 2조9천억원을 지출하는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운명적』이라는 말로 상당액의 뭉칫돈이 자동적으로 떨어졌을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떡장수가 떡고물을 만지지 않고 어떻게 장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문제의 뭉칫돈 정체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김씨 본인은 물론 노 전 대통령과 6공은 만신창이가 될수밖에 없다. 6공 외교·안보를 주무른 김종인 전 경제수석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의 속죄양이 될지도 모른다.<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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