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군, 탈레반 소탕전 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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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남부에서 다국적군의 탈레반 소탕작전이 더 강화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탈레반의 주요 거점이자 아편 원료인 양귀비의 주산지인 헬만드주에서 영국군이 거의 매일 전투를 치르면서 탈레반을 제압해 나가고 있다고 5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영국군은 올봄 사막과 산악 지형이 대부분인 이 지역에 투입된 이후 수백 명의 탈레반 대원을 사살하면서 전략적 요충지에서 탈레반 세력을 몰아내는 전과를 올렸다. 이달 초에는 하루에 수십 명을 사살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영국군도 64명이 숨질 정도로 격전을 치러 왔다. 현지 영국군 지휘관 하미시 벨 소령은 "이 지역에서 탈레반의 위협에 충분히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영국군이 이렇게 눈부신 전과를 올린 것은 탈레반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현지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주민들이 탈레반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탈레반 세력이 헬만드주의 절반 정도를 장악하고 있어 치열한 전투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게다가 탈레반은 강력한 이란제 무기를 도입하며 화력을 증강하고 있다. 영국 더 타임스 인터넷판은 장갑차를 관통할 수 있는 도로설치폭탄(APRB)을 비롯한 강력한 게릴라전 무기가 다량으로 탈레반의 수중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5일 보도했다. 더 타임스에 따르면 이란제 무기들은 이란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아프간 남부에서 밀거래를 통해 탈레반으로 전달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 사령부 소속 토머스 켈리 대령은 "이라크에서 다국적군을 공격하는 데 사용돼 악명을 날렸던 APRB가 최근 아프간 서부지역에서도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헬기를 떨어뜨릴 수 있는 이란제 열추적 미사일이 탈레반 무장세력에 공급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재 탈레반은 아프간의 3분의 1 정도를 장악하고 있으며, 교전에서 밀리면 바로 주민 납치와 자살공격 등으로 전술을 바꿔가면서 저항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이런 가운데 아프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꼽히는 헬만드주에서 영국군이 거두고 있는 작전성공은 다국적군이 탈레반 세력을 제압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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