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디, 한 사람 목소리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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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세력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사람은 최소 한두 명 이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숭실대 배명진(소리공학연구소장) 정보통신전자공학부 교수는 6일 "국내 방송에 소개된 카리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의 목소리 9건을 분석한 결과, 3건은 전혀 다른 사람의 목소리"라고 주장했다. 분석 대상은 지난달 21일부터 8월 2일까지 TV 뉴스에 나온 탈레반 대변인의 목소리 9건이다. 배 교수는 "9개의 목소리 중 6건은 서로 90% 이상 일치했으나 3건은 목소리 일치율이 각각 53%, 70%, 72%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특정 목소리가 한 사람의 것인지를 판정할 때는 음색, 톤의 변화, 발성 방식, 성대의 떨림 등을 수치화해 종합적으로 몇 %가 일치하는지 측정한다. 일치율이 90% 이상일 때 한 사람의 목소리로 판정한다. 10%를 남겨두는 이유는 주변 환경이나 몸 상태, 기분에 따라 동일인이더라도 목소리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 교수는 "한 사람의 목소리인 것으로 분석된 6건은 말이 느리고 저음인 데다 말할 때 입을 크게 벌리지 않아 음정 변화 폭이 제한적"이라며 "나머지 3건은 말이 빠르고, 말하는 사이 사이에 무심결에 '어-'하고 말하는 특성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3건이 나머지 6건과 다른 것은 분명하나 3건이 한 사람의 목소리인지, 각각 다른 사람인지는 여건상 분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동일인의 목소리가 아닌 것으로 판정된 3건은 지난달 26일 2건, 지난달 30일 1건이다. 시기적으로 보면 분석 대상이 된 기간(지난달 21일~8월 2일)의 중간에 해당하는 3건이 다른 사람의 목소리인 셈이다. 지난달 26일 방영된 목소리는 배형규 목사 살해와 인질 8명의 석방을 놓고 국내외 보도가 서로 크게 엇갈린 이후 나온 것이다. 한 건은 "아프간 정부가 요구를 듣지 않아 인질 한 명을 살해했다"는 내용이고, 다른 한 건은 "인질을 석방하지 않았다"는 발언이다. 지난달 30일 발언은 "인질들을 죽이기 시작할 것이다. 여자와 남자를 가리지 않겠다. 한 명 혹은 두 명, 세 명이 될 수도 있다"는 내용이다.

동일한 사람이 말한 내용은 "독일인 한 명을 살해했다"(지난달 21일), "협상에 진전이 있고, 중요한 시점에 놓여 있다"(지난달 25일), "남은 인질을 추가로 살해할 수도 있다"(지난달 31일), "여성 2명이 위독한 상태다"(8월 2일) 등이다.

배 교수는 "성문 분석 결과 대변인을 자처하는 사람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다"며 "앞으로 탈레반의 발표가 있을 때는 목소리 분석을 통해 발언자를 검증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영훈 기자

◆목소리(성문.聲紋)분석=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 목소리도 개인별로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특성을 이용해 2개 이상의 목소리가 동일인의 것인지를 판정하는 게 성문 분석이다. 배경음을 제거한 상태에서 음색, 톤의 변화, 발성 양식, 공명의 특성 등을 수치화한 뒤 90% 이상 일치하면 동일인의 목소리로 판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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