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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통법 특수 잡아라” SI업체 수주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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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 ‘금융권 차세대 시스템’ 시장을 놓고 사운을 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자본시장통합법의 국회 통과로 금융 업종 간 업무영역 칸막이가 허물어지자 금융사들이 새로운 금융시장 환경에 맞게 금융 시스템 구축을 서두르고 있고 이에 따른 일감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자통법 특수’다.

 최대 승부처는 국민은행의 프로젝트다. 2012년까지 총 사업비가 6000억원에 이르고 그중 50~60%가 SI업계 몫이다. 사업 규모만 큰 게 아니다. 리딩 뱅크의 주사업자가 되면 다른 금융기관 물량도 쉽게 따낼 수 있으리라는 게 SI업계의 판단이다.

국민은행이 최근 프로젝트 제안 요청서를 보낸 곳은 모두 6곳. 이 중 삼성SDS·LG CNS·SK C&C·한국IBM 등은 올 상반기에 나온 하나은행 프로젝트에서 일합을 겨뤘다. 결과는 LG CNS의 승리. 그래서 SI업계 1위지만 금융 부문에서 LG에 처진 삼성SDS는 국민은행 프로젝트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SDS의 서재일 코어뱅킹추진단장은 “이달 말로 예정된 국민은행 입찰 제안 마감까지는 전쟁을 치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IBM도 절박하긴 마찬가지다. 2000년대 초까지는 국내 금융 시스템 시장을 장악했지만 최근 들어선 이렇다 할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일감을 누가 많이 따느냐에 따라 업계 판도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에만 국민은행을 비롯해 부산은행·대구은행·굿모닝신한증권·국민연금 등이 차세대 시스템 입찰을 준비 중이다.

 이에 따라 각 SI업체는 ‘자통법 특수 일감’을 따내기 위해 별도의 조직을 만들고 우수 인력으로 국민은행 TF팀도 꾸리는 등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삼성SDS는 코어뱅킹추진단을, SK C&C는 금융전략사업팀을 최근 신설했다. 8년 전 가장 먼저 금융사업부를 만든 LG CNS는 이와 별도로 신규 고객 관리를 위한 금융전략사업부를 만들어 전력을 배가했다. 전문 인력 스카우트전도 뜨겁다. 퇴직했던 금융권 전산인력들이 상한가를 치고 있고 경쟁업체 인력을 영입하는 사례도 적잖다. SK C&C 관계자는 “최근에도 경쟁업체가 직원 몇 명을 스카우트 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올해 안에 1차 사업자를 정할 방침이다.

 

이나리 기자

◆자본시장통합법=증권사·자산운용사·종금사·선물회사 등 다양한 금융기관의 영역을 하나로 묶는 법. 이 법이 시행되면 업종 간 칸막이가 허물어지고 자본시장 관련 금융업을 한꺼번에 다루는 ‘금융투자회사’ 설립도 가능해진다.

◆금융권 차세대 시스템(Next Generation System)=금융기관의 사업 전략을 효과적으로 반영·지원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와 IT를 이상적으로 통합한 시스템. 급변하는 금융시장 상황과 인터넷뱅킹·프라이빗뱅킹·방카슈랑스 등 새롭게 등장한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금융 전산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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