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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 김 대리에겐 ‘오빠 부대’가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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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세아제강의 사내 밴드 ‘THE STEEL’의 공연 모습이었다. 결성된 지 만 3년이 채 안 되는 아마추어 밴드지만 이번에 과감하게 첫 ‘유료 공연’을 했다. 지난해까지 모두 두 번 공연했지만 동료들을 초청해 연습한 결과를 보여주는 행사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모인 돈은 50여 만원. 많은 돈은 아니지만 취미 삼아 시작한 밴드 멤버들에게는 큰 소득이었다. 이 돈을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낼 계획이다.

 세아제강에 밴드 동아리 ‘THE STEEL’이 만들어진 때는 2004년 11월. 현재 3기 멤버는 일렉트릭 기타를 맡은 한사진(40·대리점팀)씨를 중심으로 보컬에 박경식(32·컬러강판영업팀), 세컨드 기타 김가람(28·컬러강판영업팀), 베이스 기타 신동근(37·컬러강판영업팀), 드럼 임재형(30·특판팀)씨로 구성되어 있다. 또 재경팀의 김보영(26)씨가 신시사이저를 맡아 홍일점으로 활약하고 있다.

 김보영씨는 “음악을 좋아한다는 한 가지만으로도 모일 이유는 충분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저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취미생활 정도로만 생각하고 첫 모임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연습실을 마련하고 매주 한 번 모여 호흡을 맞추면서 기대 이상의 꿈을 갖게 됐다. 이에 멤버들은 밴드 활동을 회사 전체와 공유하고 싶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곧 사내 인터넷 카페를 만들었고 47명의 서포터스를 모집했다. 조윤삼(49·기획부문) 이사 등이 후원자로 참여해 명실공히 회사에서 가장 튀는 동아리로 정착했다. 조 이사는 “자신들의 끼와 열정을 두루 공유함으로써 본인들은 물론 동료, 심지어 거래처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지며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버리고 건강하게 재충전하는 모습이 매력적”이라고 평했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박효원(29·수출2팀)씨는 “동료들과 함께 즐거움을 만끽하게 되고 이를 통해 기존의 경직된 업무관계가 보다 부드러워지는 발판이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훌훌, 동료애는 철철 =직장인 밴드는 최근 들어 가장 보편적인 사내 동아리로 자리 잡았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즐거운 인생’ 등 영화계에서도 이를 소재로 한 영화를 준비하고 있을 정도로 공감을 얻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에는 ‘자낙(自樂· ZANAC)’이라는 3년차 밴드가 있다. ‘자발적 열정으로 음악적 즐거움을 확산시키는 모임’이라는 의미로 현대·기아차의 대표 동호회다. 지난해에는 불우이웃 돕기 성금 마련을 위해 12월에 공연을 했고 올해는 5월에 큰 행사를 열었다. ‘행복한 열정의 힘’이란 주제로 본사 임직원과 가족 1000여 명을 앞에 두고 실력을 선보인 것이다. 회사 임직원들은 “사원 기 살리기에 더없이 좋다”며 모든 공연 과정을 후원했다고 한다. 삼성전자에는 지난해 4월 ‘스타워스’, SK커뮤니케이션즈에는 ‘컴즈 오브 락’이라는 밴드가 지난해 말부터 활동하고 있다.

 이들에겐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 외에도 공통점이 많다. 일단 주요 사내 행사가 있을 때마다 분위기를 돋우는 단골 초청 인사들이다. 불우이웃 돕기 공연을 계획하고 있는 ‘정 많은’ 사람들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회사의 기업 문화를 설명할 때 홍보 대사로 등장하기도 한다.

 ‘자낙’의 베이스 기타를 담당하는 강동식(41·사회문화팀)차장은 “공연장 관객석에서 회사 동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긍심을 갖게 되고 업무를 하면서도 동료들과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활력소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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