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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법률 서비스 향상에 초점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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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각계의 오랜 논의 끝에 지난 1일 교육부가 로스쿨의 학교당 정원을 150명 이하로 정하는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대학들의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학정원 규모를 줄이고, 로스쿨 인가 대학의 수를 늘린 나눠먹기 식이란 비판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 계획대로라면 50명, 80명 정원의 미니 로스쿨이 설립될 가능성이 크다. 로스쿨 규모가 이렇게 작아지면 다양한 선택 교과목을 개설하고, 전문성·지식을 고루 갖춘 교수를 충분히 갖추기 어려워 부실 교육이 우려된다. 이런 미니 로스쿨로는 당초 로스쿨이 목표했던 다양한 전문분야 교육을 할 수 없다.

이제 모든 초점은 다음달 발표되는 로스쿨 총정원에 쏠려 있다. 총 법조인력 수와 직결되는 로스쿨 총정원이 학계 주장대로 3000명 선에서 정해질 경우 현재 사법시험 합격자(연 1000명)의 3배가 된다. 이처럼 갑작스럽게 입학 정원을 대폭 늘리면 부실한 법률 서비스를 대량 공급하게 돼 결국 국민 입장에선 제대로 된 법률 서비스를 받기 위해 2중, 3중의 비용이 들게 되는 개악일 뿐이라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입학 정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법 체계는 기존의 사례 판단을 중심으로 하는 미국과 달리 법률적 논리·이론을 기초로 구체적 사실에 적용하는 연역적 접근 방식의 대륙법 체계다. 그만큼 이론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로스쿨 입학 시험에는 학사과정 성적, 적성시험(LEET), 외국어 능력을 입학 전형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뿐 법학 지식을 평가할 수 없게 돼 있다. 그 결과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로스쿨 입학생들은 학부 과정에서 교육하는 법학 지식과 실무까지 3년 안에 모두 터득해야 한다. 깊이 있는 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당초 로스쿨 도입 취지인 양질의 법률서비스 제공과 국제경쟁력을 갖춘 법조인 양성이 얼마나 달성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당초 변호사협회가 로스쿨 사후 감독과 평가를 위해 교육부 장관에게 부실 로스쿨의 정원 감축, 학생모집 정지, 인가 취소 등 제재를 건의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삭제한 것은 부실 로스쿨을 양산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우리나라보다 앞서 로스쿨을 도입한 일본에서는 부실한 법조인력 배출로 인한 법률 서비스 질적 저하, 로스쿨 서열화에 따른 일부 로스쿨의 공동화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2009년 3월 첫 개원을 앞두고 있는 로스쿨 논의의 초점은 국민에 대한 법률 서비스의 질적 향상 여부에 맞춰져야 한다. 서로의 이해관계에 얽혀 부실 법조인을 양산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명심하고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한다.

황용환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총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