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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병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17세 된 시골 고등학교 학생이 밤새 배가 아파 병원구급차로 도립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 의사의 진찰 결과 급성 충수염(맹장염)이라고 한다.
곧 수술로 곪은 충수를 들어내야한다고 하는데 20세기에 하던 것처럼 수술장에서 배를 째는 것이 아니라 배에 4개의 구멍을 내고 내시경을 집어넣어 20분만에 간단히 충수를 떼어낸다. 하룻밤을 자고나니 퇴원해도 좋다고 한다.
옆방에는 50대 여자가 당뇨병 끝에 눈에는 백내장이, 콩팥에는 신장염이 합병되어 입원하고 있다. 당뇨병에서는 인슐린이 췌장에서 분비되지 않기 때문에 핏속의 혈당치가 마구 올라간다.
이 환자에게는 인공췌장을 달아 핏속의 혈당치가 올라가면 혈관 내에 심어둔 감응장치(센서)가 즉각 이를 감지하고 인공췌장에 정보를 보내고 있다.
그러면 이 인공 췌장이 곧 작동하여 적당량의 인슐린을 분비, 혈당을 낮추어 준다. 병든 콩팥은 계란 만한 크기의 인공신장으로 대치되어 노폐물을 배설시킨다고 한다.
뇌사환자로부터 장기이식을 얻기 위해 마냥 기다릴 필요도 없다.
이 여자의 백내장은 2년 전에 정교한 인공수정체로 벌써 바뀌어 있다.
위의 예들은 21세기의 병원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모습들이다. TV 영화에서나 보던 「6백만불의 사나이」가 등장하고 온몸은 메가급 기억소자(메모리칩)와 고성능기계투성이가 될지도 모른다.
21세기 말에는 인공뇌도 생산되리라는 의학자들의 주장이 석간을 메울 것이며 치매(노망)환자들은 꿈에 부풀 것이다.
폐이식도 실험단계를 넘어선지 오래고 우리 나라 병원들도 앞다퉈 이를 서두르고있다.
잇따른 의공학의 개가로 의학은 날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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