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루 서울대인」모금운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개인주의의 벽을 허물고 어려운 일을 당한 학우를 돕기 위해 관악인 모두가 힘을 모읍시다.』
서울대 총학생회가 벌이고 있는 「어려운 서울대인을 위한 기금」 모금운동이 학생들뿐 아니라 동문, 그리고 교수들까지 참여하는 뜨거운 휴머니즘운동으로 번지고있다.
이 모금운동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당한 학생들을 돕기 위해 2억원의 기금조성을 목표로 이번 학기부터 총학생회가 추진하고 있는 새 사업이다.
총학생회가 이 운동을 시작하게 된 것은 지난해 2학기 간경화로 투병 중이던 유성환군(당시 23·신문3)이 1억원의 수술비와 간기증자가 없어 끝내 숨진 것이 계기가 됐다.
유군 사망 후 관악캠퍼스에는 이 같은 비극을 보고만 있어야하는 아쉬움과 무력감이 퍼지게됐고 어려운 일을 당한 동료학생들을 스스로 도울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여론도 제기됐다.
이 같은 분위기를 수렴한 총학생회가 이 모금운동을 계획하고 지난 3월말부터 학생들에게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하며 교내 다섯 군데에 모금함을 설치, 성금을 받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아이디어 제공에 따라 지난 4월부터는 T셔츠판매·일일찻집 형식의 「과자뷔페」 등을 통한 모금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교내대운동장에서 지난해 11월 유성환군 돕기 자선공연 「벽을 넘어서 Ⅰ」에 이어 「벽을 넘어서 Ⅱ」를 개최했다. 이 자선공연에는 해바라기 등 인기가수와 교내 노래패 「메아리」 등이 출연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 공연은 전 총학생회장 김민석(30·민주당 영등포을지구당위원장)·김자영(30·KBS아나운서·영문과 졸)씨 부부가 진행을 맡았으며 박찬종 의원·이동식 관악경찰서장 등 동문들도 참가, 성금을 전달해 학생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 운동은 최근 교수들과 동문들에게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어려운 서울대인을 돕자는 운동이 범서울대인의 운동으로 승화되고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모금된 금액은 모금함 2백만원, 과자뷔페 1백20만원, 자선공연 7백여만원 등 1천여만원으로 지난해 「벽을 넘어서 I」 수익금을 포함해 2천5백여만원정도다.
총학생회는 성금을 낸 학생회원들에게 회원카드를 발급해 이 카드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에겐 서울대 근처 신림동 녹두거리의 주점 5%할인, 교내 후생관 상품의 5개월 할부구매, 등록금 무이자 현금대출 등 혜택을 부여해 보다 많은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할 방침이다.
총학생회 인권위원장 박우보군(23·외교4)은 『갈수록 개인주의가 판을 치는 대학사회에 새 바람을 일으켜 참다운 공동체가 이뤄지는데 이 운동이 도움이 됐으며한다』며 『아직 목표액에는 크게 못미치지만 학생 뿐 아니라 동문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윤석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