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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40년 맞아 북당중앙위 구호|「노동신문」이례적 발표…어떤 내용 담겼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북한은 지난 14일 노동신문 전6면중 무려 3면에 걸쳐 「조국해방전쟁 승리 40돌에 즈음한 당중앙위 구호」(5월11일)라는 것을 이례적으로 발표했다. 「비상시국」에 비상하게 대처한다는 의지를 안팎에 시위한 것이다.
이미 김일성주석이 신년사에서 올해가 「휴전 40주년의 해」라고 새삼 상기시키며 시련극복을 촉구했었고 북한당국은 그뒤 줄곧 전주민에게 전시의 각오로 생활하도록 요구해왔다.

<비상시 대처 시위>
그런 분위기에서 휴전협정일 두달반을 앞두고 장문의 당중앙위 구호를 발표한 것이다. 구호는 북한이 당면한 정책 과제를 한눈에 담고있어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북한은 당의 구호가 채택되면 통상 직장·단체별로 해당구호들을 뽑아내 「입간판」에 써 붙이고 학습·토론시켜 모든 주민들의 생활철학으로 삼아왔다.
이번 구호작성에는 김정일측근으로 지난해말 당비서로 발탁된 선전책임자 김기남 등이 깊이 개입한 만큼 김정일의 정책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구호들에서 다음 몇가지 특징이 드러났다.
첫째, 구호의 상당부분이 사회주의 체제 수호 의지를 담고있다. 이를테면 ▲준엄한 시련 속에서 피로 쟁취한 사회주의를 끝까지 옹호·고수하고 빛내자 ▲모두다 떨쳐나서「우리식 사회주의 총진군속도」를 창조하자 ▲우리 수령, 우리당이 제일이고 주체사상과 우리식 사회주의가 제일이라는 조선민족제일주의 정신을 높이 발양하자 등이 그 예다.
이것들은 북한이 얼마나 체제 위기를 느끼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둘째, 김일성·김정일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구호가 곳곳에 스며있다

<10대 강령 거듭 강조>
김일성에겐 「삶의 순간 순간을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과 효성으로 빛내이는 참다운 충신, 지극한 효자가 되자」는 구호가, 김정일에 대해선「최고사령관동지의 영도를 높이 받들어나가며 최고사령관 명령을 한치의 드팀(오차)도 없이 무조건 철저히 관철하는 혁명적 군풍이 전군에 차 넘치게 하라」등이 들어가 있다 .
셋째, 북한의 최근 경제사정을 반영한 듯 경제건설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호소하는 구호가 3분의1을 차지했다.
경제건설에 매진하려는 심정은「한손에는 망치와 낫, 다른 손에는 총을 들고 사회주의 경제건설을 힘있게 밀고 나가자」는 데서 잘 나타난다. 또 「낭비현상을 없애고 내부 예비를 모조리 찾아내며 한방울의 기름, 한줌의 석탄, 한와트의 전력, 한조각의 강재, 한알의 낟알이라도 극력 아껴쓰자」는 대목에선 경제의 어려움, 살림의 어려움이 여실히 드러난다.
몇가지만 예를 들어본다.
▲석탄생산에서 혁신을 일으켜 대고조의 돌파구를 열어제끼라!
▲발전설비마다 만부하를 걸어 전력생산을 높은 수준에서 정상화하라!
▲쇠돌생산을 앞세우고 금속공업의 주체화를 다그쳐 철강재생산을 늘리자!
▲생산의 자동화·로봇화·전자계산기화를 적극 다그치라!
▲경공업혁명의 불길을 더욱 세차게 일으켜 상점마다 상품이 넘쳐나게 하라!
넷째, 「수출」강조 구호가 눈에 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는 ▲수출품 생산기지를 튼튼히 꾸리고 수출원천을 적극 탐구 동원하여 대외수출을 대대적으로 늘리라 ▲2차, 3차 가공품의 수출을 더욱 늘리고 수출품의 질을 결정적으로 높이라 ▲변천된 환경에 맞게 대외무역을 진공적으로 벌여 대외시장을 더욱 넓혀나가라 등이 그 예다.
금년들어 북한이 부쩍 강조해온 국방부문에서는▲관병 일치·군민일치·당사일치의 미풍을 높이 발양하라 ▲모두다 당을 결사옹위하는 총폭탄이 되라 ▲우리 당의 전민 무장화·전국 요새화 방침을 철저치 관철하여 전인민적·전국가적 방위체계를 더욱 튼튼히 다지자 등의 구호를 내놓았다. 끝으로 남북관계와 관련, 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의 3대원칙과 김일성이 제기한 「전민족 대단결 10대 강령」을 거듭 강조하고 핵문제에선 기존입장을 되풀이했다. <유영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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