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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난… 자동차메이커가 나설때/구본영 교통부차관·경박(특별기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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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동차 과다이용억제 앞장서야/장기적으론 수요증가에도 도움
우리나라는 이제 1년에 2백만대에 육박하는 자동차를 생산해 내는 세계 7대 자동차 생산국이 되었다. 자동차 보유대수도 최근들어 급격히 증가해 작년에 이미 5백만대선을 넘어섰고,97년께에는 1천만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이러한 자동차의 급증에 따라 대도시·중소도시를 막론하고 최근 교통사정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이에따라 정부는 도로를 넓히고 지하철을 확충함과 아울러 주차시설을 보강하고,자동차이용을 억제하는 등 교통난 완화를 위한 각종시책을 마련,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대도시 교통난을 완화하는데 있어서 자동차메이커들의 책임이나 역할은 무엇인가.
자동차업체들은 좋은 자동차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이지,도로를 만들고 주차시설을 만드는 것은 정부의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생각이다.
그러나 정부가 교통시설확충을 위한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 휘발유세금 인상을 검토하거나 자동이용을 억제하는 시책을 구상할 때,자동차메이커들이 이러한 시책들을 반대하는 것을 보며 『자동차업체들의 사회적인 책임은 없을까』하고 생각하게 된다.
자동차업체들이 교통시설 확충을 위한 재원마련에 적극 호응하지 않는다면 이는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다가 큰 이익을 놓치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지금 교통시설이 대폭 확충되지 않는다면 90년대 후반까지 매년 자동차가 1백만대씩 팔릴 수 있을 것인가가 의심되며,유류에 세금을 더 붙이는 방법이외에 다른 투자재원마련이 가능할지 의심된다.
자동차의 과다한 이용을 억제하는 방안 또한 자동차의 합리적 사용문화를 정착시켜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자동차수요를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출퇴근때는 가능한한 대중교통수단을 많이 이용하고 자동차는 주말에 주로 가족들과 사용하는 식으로 자동차문화가 정착되면 자동차수요는 지속적으로 늘 것이고,반대로 지금과 같이 과다하게 승용차를 사용하는 것을 방치 내지 조장할 경우 길거리는 곧 주차장화해 자동차판매는 오히려 가까운 시일내에 한계에 부닥칠 것이다.
외국에서는 자동차업계에서 교통난 해소·사고예방·환경보호 등의 문제에 대해 훨씬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고 듣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도요타사가 도시교통연구소를 설립,교통개선에 힘쓰고 있고 혼다사가 교통안전을 위해 국제교통안전협회를 설립,전액 투자해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한 일본·독일 등 세계적인 자동차업체들은 막대한 투자비를 들여 인공위성항법기술 등을 활용,자동차유도안내시스팀(IVHS)을 개발해 오고 있으며,특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독일 벤츠사와 경쟁사인 BMW사는 공동으로 환경에 대한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으며,홍보내용중에 「자동차이용을 줄입시다」라는 표어까지 들어있어 자동차를 생산해낸 업체로서 사회적 책임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우리나라 자동차업계는 그간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계의 유수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하고 있다. 그간의 노력에 찬사를 보내고 앞으로도 계속 큰 발전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내수기반이 있어야 하고 내수기반이 유지되려면 정부의 교통시설확충,합리적인 자동차 사용문화정착 노력에 자동차업계도 동참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아울러 자동차업계가 능동적으로 생각만 한다면 교통난완화나 교통사고방지 등을 위해 자동차업계가 할수 있는 일도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를들어 노상에 방치되어있는 자사생산폐차를 무료로 수거한다든지,지하철역부근 등 주차장 부족지역에 주차빌딩을 건립하는 사업을 하는것 등은 기업이미지도 높이고 교통난완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아울러 교통난이 극심한 도시를 대상으로 교통체계개선을 위한 연구활동을 지원한다든가,국민들의 건전한 운전관습을 조성하기 위한 홍보에 적극 참여하는 등의 활동은 국민과 더불어 성장하는 책임있는 기업으로서의 정착을 가능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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