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야구가 기록 경기라 하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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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감독들이 또다시 투수의 승수를 교묘히 만들어 나가고 있어 올 들어 폭발적으로 관중이 늘고있는 프로야구 그라운드에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있다.
특히 구원부문(구원승+세이브)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송진우(빙그레)와 선동렬(해태)은 국내 좌·우 최고의 투수라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감독에 의해 떳떳하지 못하게 세이브 등을 쌓아가고 있다.
더욱이 이들은 대부분 동료선수들이 만들어 놓은 승리에 볼 몇 개만 던지고 세이브를 추가해 눈총을 받고있다.
선동열은 28일 롯데와의 광주 홈 경기에서 8회 말 한대화의 3점 홈런으로 4-2로 앞서자 마운드에 올랐다.
선은 1이닝동안 6타자를 상대로 무사만루의 위기까지 몰렸으나 상대의 수비방해와 삼진·범타로 힘겹게 마무리해 세이브를 추가함으로써 13세이브 포인트로 구원부문 단독선두에 나섰다.
선동열은 팀 게임 수(38게임)의 37%인 14게임에 등판하고도 10.3%인 35와 3분의1이닝밖에 던지지 않아 김응룡감독에 의해 철저하게 승리와 세이브가 관리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12세이브 포인트로 구원부문 2위에 올라있는 송진우 역시 김영덕 감독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송은 대부분 7회 이후 등판해 볼 30개 정도를 던지고 세이브를 추가하고있는데 지난 12일에는 볼4개만 던지고 세이브를 얻기도 했다.
이 같은 세이브는 거의 다 승부가 결정 난 상태에서 투입되고 있어 야구경기의 특성이라고는 하나 흥미를 반감시키고 있는 것이다.
송진우 역시 팀 게임 수(36게임)의 41.6%인 15게임에 나서 매일 마운드에 오르다시피 하는데 정작 투구 이닝 수는 총 이닝(3백24이닝)의 11.5%인 37과 3분의1이닝밖에 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선발로 나온 투수는 온갖 궂은 일을 도맡고도 패전투수로 전락하기 일쑤다. 결국 선동열과 송진우는 구원부문의 진정한 경쟁을 외면한 채 감독간의 위신이 걸린 타이틀다툼에 나서 대리전쟁을 하는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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