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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회장 과학교육자대회 특별강연<요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세계는 이미 기술·특허전쟁 시대”/기술 예속되면 국가안보까지 위협/고부가·소프트화외엔 다른길 없다
이건희삼성회장은 26일 대덕 과학기술원에서 전국과학교육자 대회에 참석,「청소년에게 과학의 꿈을 심어주자」라는 주제로 특별강연 했다. 그는 기술변혁의 시대를 맞아 과학의 대중화·생활화를 통해 기술대국으로 발돋움해야 하고 과학과 기술자가 존중되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회장 강연의 요지.
우리는 가장 급격한 과학기술의 변혁기에 살고있고 세계는 이미 기술전쟁·특허전쟁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미국은 91년 한햇동안 일본의 1천6백80개 회사를 지적재산권 침해 혐의로 무더기 제소했으며 기술료만으로 매년 2백억달러씩을 챙기고 있다.
일본도 거꾸로 지난해 미국에 신규특허의 45.7%인 2만1천여건을 등록함으로써 제2의 진주만공습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기술장벽은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과학기술은 이제 그 중요성이 국가안보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하며 자본의 예속보다 기술의 예속화가 훨씬 더 무섭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앞으로 과학과 기술은 컴퓨터와 소프트화가 가장 중요한 추세다.
컴퓨터가 없으면 당장 모든 사회가 마비되고 컴퓨터를 모르면 더이상 국제사회에서 버틸 수 없다.
특히 슈퍼컴퓨터가 중요하다. 현재 1∼2년이 걸리는 보잉787 개발은 만약 슈퍼컴퓨터가 없다면 무려 20년이 걸리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슈퍼컴퓨터가 미국에 1백76대,일본에는 2백47대가 있지만 한국에는 고작 4대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 상품을 g당 가격으로 따져볼때 설탕이 40전,컬러TV가 8원이고 보잉747이 6백30원,간염백신이 7백80원이라면 반도체는 무려 10만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이처럼 앞으로 고부가가치·소프트화가 중요하다. 자원이 부족하고 인건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부가가치화·소프트화 말고는 다른 길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돌아보면 우리는 세계의 8대 첨단기술 가운데 반도체 기술을 제외하고는 선진국의 30∼60%밖에 못쫓아 가는 한심한 수준이다.
낮은 연구개발투자와 국방예산의 10%를 밑도는 과학기술예산,과학기술에 대한 정부의 인색함,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나 반도체발명가 쇼클리박사는 몰라도 피카소와 셰익스피어는 알아야 한다는 잘못된 사회인식이 어우러져 빚어낸 결과로 생각된다.
이제는 과학이 입시를 위해 외우고 암기하는 대상이 아니라 생활과 대중속에 뿌리내리는 과학으로 바뀌어야 하며 여기에는 과학교사 여러분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과학과 기술자는 존중돼야 하며 그런 사회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과학과 기술이 싹틀 수 있다.
한국은 아직도 늦지는 않았지만 그러나 시간은 없다.
우리는 젊은 세대에게 「과학 한국」의 꿈을 심어주어야 하며 그들 세대에서는 우리나라가 「기술한국」의 이름을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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