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부터 하고 제도화 바람직”/민주당 개혁토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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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야도 구호보다 대안 제시를/금융실명제등에 사활걸어야
민자·민주양당은 26일 공교롭게도 개혁이라는 같은 주제를 놓고 토론회를 열었다.
조세형민주당최고위원이 대표로 있는 한국정학연구소가 이날 주최한 창조적 개혁을 위한 토론회는 야권인사들이 김영삼대통령의 개혁을 어떻게 보고 어떤 건설적 대안을 갖고 있는지를 드러냈다.
이날 토론회의 주조는 개혁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대한 과업이며 개혁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참석자들은 개혁의 속도·방법·대상영역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제안했다.
정치분야토론에서 구시대의 청산작업이 법과 제도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민주당당론과 달리 현정부의 여론몰이에 의한 개혁방법을 지지하는 쪽이 대세여서 눈길을 끌었다. 그 기조에서 야권의 바람직한 개혁진로모색에 초점이 모아졌다.
「한국정치의 개혁과 야권의 진로」라는 주제발표를 한 김홍명교수(조선대)는 『누구는 청산작업의 적법성이나 적실성을 시비하고 있으나 우리사회가 법이 부족하고 불완전해서 이처럼 불의와 부패가 창궐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을 비켜가면서 사회악의 탁류에 휩쓸린 지배계급의 일부를 청산하는 작업은 개혁의 제2단계인 제도화의 내실을 기하는 기본적 전제조건이며 청산없는 제도화는 또 하나의 무력한 법의 추가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선청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교수는 『국민들은 쇄신에 대한 고뇌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야당의 개혁에 대해서는 별로 기대하지 않고 있다』며 『야당의원들 자체가 기득권층이자 지배층의 일부로 조그만 이익에 집착하는한 여야간 아무런 차별성도 부여할 수 없다』고 따끔하게 충고했다.
그는 『야당은 이제 수사적인 구호가 아닌 개혁프로그램을 내놓아야 하며 모든 문제에 관심이 있는 양 성의없는 제스처를 쓰는 대신 금융실명제·토지공개념·조세개혁등 정치개혁의 핵심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에 나선 김근태국민위원회집행위원장은 『바람직한 개혁순서는 청산작업이 먼저고 법·제도의 정비는 그뒤』라면서 『다만 청산과정에서 법을 통한 제도화의 준비와 전망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위원장은 『청산과정에서는 권력을 장악한 김영삼대통령이 주동적 역할을 담당할 수밖에 없어 야권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해야하며 개혁이 확대되고 탄력을 지니도록 이번 12·12사태규명의 예처럼 수구기득권세력의 반격에는 선택적 협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위원장은 『김대통령과 언론만에 의한 개혁추진은 40년대중반부터 50년대초반까지 아르헨티나에서 실시됐던 페론정치와 같은 구도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대안적 경쟁세력을 키우는 제도적 민주주의 확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종문동아일보논설위원실장은 『최근의 청산은 법절차를 원용하고 증거주의를 채택하는 점에서 3,5공초 국토재건단·삼청교육의 경우 같은 초법적행위는 아니다』고 규정했다. 정실장은 『민주당은 전통적인 보수야당으로 YS개혁에서 설 자리를 못찾고 있다』며 『보수반동 비슷하게 비춰지고 있는 야당은 이데올로기를 재정립해야 할 때』라고 비판했다. 이에 반해 제정구의원(민주)만이 『개혁이 지속되려면 민주적 절차와 국민적 합의 과정이 중시돼야하며 진정한 개혁을 위한 과거청산과 제도화작업은 국회내로 수렴돼야 한다』고 당론적 입장에 섰을 뿐이다.
경제분야에서는 새정부의 제도개혁의지와 기조,고통분담론에 대한 비판적 성향의 분석이 주조를 이루었다. 「새로운 경제개혁의 틀」이라는 주제발표를 한 김태동교수(성균관대)는 『제품가격과 근로자임금의 동결에 의한 고통분담은 생산에 기여한 사람에게만 고통을 더하게 하고 불로기생계층에게는 분담이 되지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경제관련 부처중 조금이라도 개혁조치를 취하는 부서는 노동부밖에 없으며 제도개혁을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가능한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교수는 『어느 제도개혁이든 기득권층의 반발이 있게 마련이며 재산공개와 사정활동으로 부패·투기 세력의 적나라한 모습이 드러나는 현재가 경제제도 개혁의 최적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도개혁의 내용으로 금융실명제실시·종합토지세과표 현실화와 재벌비대화 억제등을 제안했다.<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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