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연극」상업화 유감|심정순(연극평론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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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최근 몇 년 간 부쩍 많이 쓰이게 된 접두사 중 하나가 「여성」이라는 단어다. 여성학·여성연극·여성영화·여성미술등.
그리고 요즘 와서는 여성이라는 말에 상업주의 현상까지 가세하고 있다. 여성전용술집·여성전용 주차장·여성문화 강좌, 심지어는 여성전용사우나라는 팻말까지 보인다.
여성 연극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8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공연되기 시작한 여성 연극이 꾸준히 여성 관객을 확보하면서 연극「문화」로서의 본질이 연극「상품」으로 급속히 변질되고 있다.
원래「여성연극」이란 여성 주의적 메시지를 연극이라는 예술매체를 통해 표현하는 것이다.
여과된 예술표현방식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여성 관객들의 의식을 각성시키고자 한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 여성연극은 그 본래의 취지보다는 대중관객들에게 현실 도피적 오락만을 제공하는 문화 상품이 돼 버렸다.
어떤 여성연극은 유명한 스타급 배우을 기용해 대중관객을 끌고, 연극 내용과 별관계도 없이 노래와 춤, 코믹한 대사처리 등의 방식을 통해 관객들에게 한바탕 오락거리만을 제공한다.
이와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어떤 여성연극은「본격적 페미니즘연극」이라는 엄숙한 부제로 관객의 시선을 끌고 작품내용과 상관이 없는데도 서양의 유명한 여성소설가의 원작이라고 선전까지 한다.
그리고 공연내용은 연극이라기보다는 주인공 여배우가 기초여성학강의를 직설적·비판적 대사로 하고있는 것 같다. 이 경우 더 큰 문제는 대사내용이 여성주의를 피상적으로 왜곡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대중관객들에게 여성주의를 오도할 가능성마저 있다는 것이다.
그 한예가 가부장 사회에 대항해 자신의 방식대로 삶을 산 여성의 한 대표적인 경우로 어우동을 들고 있는 점이다. 이러한 감각적 단순논리가 대중관객들에게 미칠 영향, 그로 인한 여성주의의 더욱 심한 왜곡 가능성을 생각하면 여성연극의 원래 의도와는 너무도 거리가 멀다.
우리 여성연극들은 비판적 의식 각성이란 본래의 기능회복과 함께 예술적 승화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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