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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기법 곧 실용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주인공은 치과 치료대와 비슷한 좌석에 앉은 뒤 우주비행사들이 사용하는 헬밋 모양의 장치를 머리에 쓰고 좌석에 부착된 조종간모양의 기구를 잡는다.…잠시 후 헬밋에 장착된 모니터에는 공상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첨단 전투기 안에 앉아있는 자신을 본다. 전투기는 이미 하늘을 떠다니면서 적들과 격전을 벌이고 있다.…적들을 물리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잠자리에 든다.…눈을 떠보니 평범한 현실로 돌아왔다.』
얼마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공상영화 『토탈리콜』의 대략적인 줄거리다. 2000년대에 살고있는 아널드 슈워즈네거는 현재의 오락실과 비슷한 가상현실서비스업체를 찾아가 모험을 즐긴 뒤 결국 현실로 돌아온다는 얘기다.
꿈속에서나 볼 수 있는 이런 상황현실의 세계가 우리 눈앞에도 다가왔다.
시스팀공학 연구소가 국내 처음으로 ㈜한샘과 공동으로 가상현실기법을 이용한 부엌가구배치 시스팀을 개발중이다. 시스팀 공학연구소 김동현 박사(컴퓨터설계연구실)는『이번에 개발되는 가상현실 시스팀은 3차원 그래픽소프트웨어와 고화질 영상출력장치, 고정밀 위치센서를 이용해 고객이 구상한 부엌을 돌아다니면서 마음대로 주방가구들을 다시 배치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복잡한 명령어를 입력하는 대신 그림으로 나타난 현실 속으로 들어가 말과 행동, 간단한 키보드조작으로 부엌을 디자인한다는 것.
지난해 10월부터 연구개발중인 부엌 가구 시스팀이 7월말 완료되면 우리나라에서 국산기술로 가상의 세계를 직접 즐길 수 있는 시대가 개막된다.
김기호 연구원은 『현재 3차원 입력장치와 화면편집이 거의 완성돼 있는 등 70∼80%의 공정이 끝나 오는 8월 한국무역종합전시장 한샘상설전시장에서 완전한 모습으로 전시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은 아이맥스영화와 같은 3차원의 입체감을 구현하면서 위치센서를 이용해 사람의 움직임을 컴퓨터화면에 바로 반영시켜 마치 그 세계에 실제로 자신이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항공·의학·산업·레저 등 각종 모의실험에 활용되고 있으며 컴퓨터오락게임에 적용돼 상품화되기까지 했다.
국내에서도 버츄얼리티 코리아사가 영국으로부터 오락게임용 시스팀을 들여와 일반인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서울 압구정동의 한 첨단오락실에선「가상현실의 세계를 체험해 보십시오」라는 포스터와 함께 벽에 매달린 여러 개의 컴퓨터모니터와 우주비행사들이 사용하는 헬밋 조종간모양의 오락기구를 볼 수 있다.
이용자들은 모니터와 위치센서가 장착된 「비제」라는 헬밋을 쓰고 조종간을 손에 쥔 뒤 혼자 몸을 격렬하게 움직인다.
곧 안경처럼 생긴 헬밋의 모니터에서 보여주는 2층 짜리 가상건물에서 조종간을 이용해 적들과 치열한 총격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가상현실은 매우 복잡한 고도의 기술을 요구한다. 김 박사는 『가상현실의 핵심은 말과 행동에 대한 명령을 바로 전달하는 기술과 화면의 입체감, 다양한 화면편집기능 등에 있다』고 단언한다. 특히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한 화면편집은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기 때문에 가장 어려운 분야라는 것. <이원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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