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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첫 여성 경무관 김인옥 방배경찰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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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보수적인 경찰 조직에서 남자 동료들과 경쟁하기 위해 몇 배 더 많이 노력했습니다. 후배 여경들이 앞으로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습니다."

9일 첫 여성 경무관으로 승진한 김인옥(金仁玉.52)서울 방배경찰서장의 포부다.

경남 김해 출신의 金서장은 1972년 부산 동아대 재학시절 교내에 붙어 있던 포스터를 보고 순경 여성 공채 1호로 경찰에 입문했다. 金서장은 50년대 지리산 공비 토벌 책임자를 지낸 김호연(金浩然.89년 작고)씨의 5남매 중 장녀로 경찰 집안 출신이다. 그는 순경 시절부터 성매매를 당한 여성을 직접 찾아다니며 상담하는 등 여성.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경남 의령과 경기 양평 경찰서장 재임 시절 관내 티켓다방을 일소했고, 방배경찰서에서는 방배동 카페골목과 사당동 먹자골목 등에서 비행청소년 계도에 각별히 신경을 써왔다. 호쾌한 성격의 金서장은 김강자(金康子) 전 총경과 함께 3천3백여 여경의 '맏언니' 역할을 해오며 金전총경과 선의의 경쟁을 벌였다. 그는 야근하는 직원들을 찾아 손수 간식거리와 음료수를 나눠주며 격려하는 등 남자 부하직원들 사이에선 '큰 누나'로 불릴 정도로 신망을 받고 있다. 또 '지난해 강력사범 소탕 1백일작전'에서 방배경찰서가 강남권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추진력도 갖췄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술자리에선 "지금부터 이자리에 여자는 없다"고 운을 뗀 뒤 스스럼 없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이끌어 간다.

金서장은 "부하 직원들이 잘 도와준 덕분에 승진할 수 있었다"며 "이제 여경들도 경찰 요직에 더 활발히 진출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에 매달리다보니 남자를 만난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혼기를 놓쳤죠. 하지만 15만 경찰가족과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결코 독신이 아닙니다."

金서장은 "경찰과 결혼해 경찰과 살고 있다"고 말했다.

金서장은 경찰을 떠나면 조그마한 복지시설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놨다. 이를 위해 바쁜 업무 중에도 2000년 서울사이버대학 복지학과에 입학, 오는 7월 졸업할 예정이다. 그는 "어릴 때 집에서 고아원을 운영해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면서 "만약 경찰이 안됐다면 사회복지사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이철재,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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