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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없는 「구시대 청산」의지/청와대 「5·24숙군조치」 왜 나왔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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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문민시대에 걸맞은 군통수체계 확립/헌정사 얼룩지게 한 군정치개입 마감
5·24숙군조치는 12·12사태와 같은 군의 정치개입은 더이상 없어야한다는 김영삼대통령의 확고한 의지가 다시한번 강조된 것이다. 아울러 육군중심의 군운용을 개선,문민대통령시대에 맡는 새로운 군의 위상과 군통솔방식을 제시한 것이다.
○…이경재청와대대변인은 이날 김 대통령의 숙군조치를 발표하면서 이는 국민의 군대로서 신뢰를 회복하고 각군의 균형발전을 하겠다는 대선공약의 실현이라며,특히 우리 헌정사를 얼룩지게한 군의 정치개입을 마감하고 군의 생명인 통수체계를 확립키 위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그러나 5·18관련 장교에 대해서는 별도의 조치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12·12사태가 하나회출신 등 일부 항명장교단에 의한 하극상으로서 이들이 능동적으로 직무범위를 벗어나 상명하복의 지휘계통을 문란시킨 경우지만 5·18군부출동은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육군우위 배제
즉 5·18에 대한 정치적 차원의 시비는 있을수 있으나 5·18가담 장교들은 당시 확립된 군지휘계통은 명령에 따른 것으로 만약 이들의 책임을 묻는다면 앞으로 군통수는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고려를 한 것이다.
따라서 12·12당시 노태우9사단장아래 29연대장 이었던 이필섭합참의장은 전역시켰지만 5·18당시 중령으로 광주진압에 간여한 김동진현육군참모총장은 문책하지 않았다.
○…이필섭합참의장·김진선2군사령관·안병호2군부사령관 등이 12·12와 관련,인책당한 것과는 달리 김철우해군참모총장을 경질한 것은 인사물의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김 대통령이 이양호공군참모총장을 3군 총사령관격인 합참의장에 임명한 것은 육군우월체제를 부인하면서 차세대 군구조개편을 염두에 둔 것이다.
육군은 군의 수적인 절대 다수를 점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이런 군사상황에서 군체제개편(8·18계획)으로 실질상 권한을 갖는 합참의장에 공군총장을 임명한 것은 군의 균형발전이라는 대의와도 맞는다. 또 지지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공군참모총장이 합참의장이 되면 김 대통령의 대군장악력이 그만큼 강화된다고도 볼수 있다.
○…김 대통령의 대군조치는 그러나 이것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같다.
이 대변인이 5·24 인사가 구시대를 마무리하는 최종인사라고 했으나 그가 말하는 구시대는 「12·12」내지 「5·18」과 관련된 것이며 여기에는 군현대화사업,즉 율곡사업과정의 비리까지를 포함하는 것은 아니라고 봐야한다.
김 대통령은 군수관련 조사가 끝나면 이에 대한 대대적 문책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이며 여기에는 상당수의 현역장성·영관장교들은 물론 전직 국방장관·참모총장들이 「연루」될 소지가 크다.
○전­노 불똥 관심
정부 핵심관계자들은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에게까지 불똥이 튈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지만 전직 고위장성들의 책임추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대통령은 5·24숙군에 이어 율곡사업정리 등을 통해 대군 평정을 추진하는 동시에 슬롯머신·동화은행 비리사건 등을 처리하면서 정치권·검찰 등 「구시대」를 예외없이 청산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바탕으로 국민의식 확산작업을 통한 체제확립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해갈 것이 분명하다. 그때쯤 설마하는 금융실명제가 전격 실시되리라는게 대부분의 관측이다.<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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