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격렬 기상’ 에 대비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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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난달 29일 북한산과 수락산 등에서 낙뢰로 인해 다섯 명의 등산객이 숨지고, 10여 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참사였다. 이번 사건을 뒤돌아보면, 낙뢰 자체도 워낙 강했겠지만 ‘격렬 기상(severe weather, 호우·태풍·낙뢰·폭염 등 큰 피해를 가져오는 기상)’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 부족도 중요한 원인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당시 벌어지고 있었던 날씨의 위험을 이해했다면 당연히 겁이 나고 경각심을 가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흔히 사람이 낙뢰를 맞을 확률은 대단히 낮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일반 상황에서 낙뢰를 맞을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하지만 산 정상 부근이나 골프장 등 낙뢰에 노출된 곳에서는 그 확률이 현저히 높아진다. 그 외에도 야외 수영장·운동장·낚시터 등 아주 다양한 곳에서도 낙뢰로 인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국내외에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낙뢰 예보가 있는 경우는 당연히 야외 활동을 자제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한반도에서 호우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일이다. 호우 빈도가 증가한다는 것은 낙뢰 빈도 역시 증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30년간 세계 여러 지역에서 나타난 호우 빈도와 태풍(또는 허리케인) 강도의 증가는 지구온난화와 관련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올 들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앞으로도 오랜 기간 지구온난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극단적 기상 현상의 발생 빈도 역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우리는 더 빈발해질 격렬 기상에 대비해야 한다.

 격렬 기상에 대비하기 위해선 개인·정부·지자체·전문가 등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첫째로, 이번 낙뢰 사건에서 보듯이 강렬한 기상으로부터 인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개인의 경각심이 요구된다. 위험한 날씨에 대한 개인의 진지한 자세만으로도 인명 피해는 현저히 줄어들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상 현상의 위험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격렬 기상 현상의 위험성과 그에 대한 대응 요령을 포함하는 교육이 중요하다. 초등학교부터 그런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반 대중, 특히 이번에 피해를 본 등산객 등 급증하는 레저 이용객을 상대로 한 다양한 홍보가 시급하다.

 둘째로 정부와 지자체의 적절한 대응이 중요하다. 격렬 기상으로 인한 피해는 주로 대응 체계가 약한 부분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 노력 없이는 대응 체계 구축이 어렵기 때문이다. 호우나 태풍은 물론 폭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유럽·중국 등 세계 여러 지역에서 최근 빈발하는 섭씨 40도를 웃도는 폭염은 다른 현상보다 더 많은 사람을 괴롭히는 것으로, 특히 노약자와 빈곤층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한반도에서도 그러한 폭염이 나타날 가능성이 언제나 있으므로 호우·태풍과 함께 폭염에 대해서도 지자체와 정부가 대비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가정이나 학교, 작업장 등에서의 대응 요령 홍보와 함께 냉방 시설이 갖춰진 임시 대피 시설 등 다양한 준비를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격렬 기상에 대한 상세 예보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기상청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우리의 실황 예보(현재 대기의 입체적 감시에 근거한 1∼3시간 후에 대한 예보) 체계를 더욱 강화해 돌발 현상에 대한 상세 예보 능력을 갖춰야 한다. 돌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예보는 불가능하다는 핑계는 이제 그만하기 바란다. 이와 함께 학계와 기상청은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격렬 기상 현상을 잘 파악하기 위해 더 많은 연구를 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대상 현상들을 잘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예보의 발전을 기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태영 연세대 교수·대기과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