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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오락중독 정서 메마른 탓"|말리기 보다 부모태도·환경 개선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학교생활도 재미없고 TV도 시시하다. 그러나 오락을 하면 시험걱정, 엄마한테 혼난 일, 아버지가 형하고 비교하는 것 같은 온갖 잡념을 잊게 된다. 오락으로 싸워 이길 땐 아주 기분이 좋다.』
21일「청소년의 전자오락 중독증」을 주제로 한 청소년 대화의 광장(원장 박성수)특수 상담사례 발표회에서 나타난 어린이 및 청소년들의 전자오락중독증세는 매우 다양하고도 심각하다. 청소년 대화의 광장 상담원 강신덕·최은영씨가 전자오락실들을 직접 방문해 현장을 관찰하고 전자오락에 중독되다시피 한 초·중·고생들을 인터뷰한 결과 초·중생은 오락 자체의 재미에 빠져있으나 고교생은 오락 자체의 재미보다 대학입시 등의 현실에 대처하기 힘든 상황에서 전자오락을 도피처로 여기는 경향.
전자오락에 마음·시간·돈을 온통 빼앗기는 학생들의 공통점은 내성적이며 자기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잘 드러낼 수 없는 자신의 마음을 충족시킬만한 무엇을 찾다가 전자오락에서 만족감을 얻기 시작하면 하루라도 전자오락을 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할 정도로 깊이 빠져든다. 따라서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지나치게 전자오락에 몰두하는 경우 왜 그렇게 됐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
『전자오락 중독을 무조건 없애려들게 아니라 이것을 부모나 주위환경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이고 그들 스스로 충동을 조절하며 꿈과 목표를 가지고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고 청소년 대화의 광장 김순진 선임상담원은 강조한다. 청소년 대화의 광장이 서울시내 초·중·고생 8백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42%가 한달에 1∼2번 이상 전자오락을 하고,10%정도는 거의 매일 한다고 답해 스스로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드러내고 있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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