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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기지 이전비용 왜 우리만 부담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언젠가 미 국방장관의 의회 증언에서『한국이 미군 주둔국가 중 가장 모범적인 방위비 분담을 하고 있다』고 말한 기사를 읽고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씁쓸함과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현재 우리나라에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은 약3만8천명이다. 여기에 우리가 부담하는 경비는 93년 한해에 약30억3천만달러가 계상돼 있다고 한다. 원화로 따지면 2조원이 훨씬 넘는 금액이며 주한미군 1인당 약6천4백만원 이상이 소요되는 정말 어마어마한 돈이다. 더욱이 답답한 것은「용산 미 기지 이전 비용댈 길 막막」하다는 중앙일보 5월11일자(일부지방12일)머릿글이다. 그렇지 않아도 작은 땅덩어리에 그것도 서울시내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용산 미군기지는 오래 전에 이전되었어야 했다.
뒤늦은 감마저 있는 기지이전비용을 우리정부가 일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한때 필리핀은 미국정부로부터 기지 사용료를 매년 받았다고 한다. 우리는 그렇게 못할 망정 모범적인 방위비 분담을 하고 있다는 칭찬 아닌 칭찬이나 듣고 한 나라의 노른자위 땅을 거저 내주고도 그 많은 이전 비용을 모두 부담한다는 것은 분명 우리 민족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일 것이다.
역사상 한 나라의 방위를 스스로 지키지 못하고 다른 나라 군인이 오랜 기간 주둔하면서 지켜준다는 것은 아주 수치스러운 일임을 우리 국민은 다시 한번 자각해야 할 것이며 우리나라도 이제 더이상 북한과의 군사력 대결은 지양하고 모두가 단군의 후손이라는 민족성을 되찾아 남과 북이 신뢰감을 토대로 서로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미국이 예전에도 그랬지만 더 이상 우리에게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아름다운 나라」가 아님을 깨닫고 민족의 자주성을 하루빨리 회복해야 할 것이다. <송재현(경기도 수원시 파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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