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견시인 이형기씨 소설 『석가모니』펴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중진시인 이형기씨가 처음으로 장편소설『석가모니』(한국문연간)를 펴냈다. 50년『문예』를 통해 시단에 나온 이씨는 그동안『적막강산』『그해겨울의 눈』『심야의 일기예보』등의 시집을 펴내며 사물과 언어를 뒤트는 파괴의 미학으로 전통서정을 새롭게 일궈내고 있다는 평을 듣고있다. 특히『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며 스스로 지는 꽃이 파리들을 노래한 이씨의『낙하』는 이 시대의 절창으로 꼽힌다.
우리 현대시단의 한 중추인 이씨가 시단 30여년, 환갑나이에 이르러 처음으로 쓴 장편『석가모니』는 신이나 초인이 아니라 우리네 보통사람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인간으로서의 석가모니 일대기를 시적인 시각과 문체로 그린 작품.
인간은 숙명적으로 유한하고 불완전한 존재다. 인간이 끊임없이 고통과 슬픔을 겪는 근원적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러나 인간의 정신 속에는 또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 가능성을 불교에서는 불성이라 한다. 석가모니는 실제로 불퇴전의 노력을 통해 불성을 최고의 수준으로 구현한 완성자, 즉 부처가 된 인간의 표본이라고 이씨는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 있다.
이씨는「위대한 슬픈 사람」으로서의 석가모니 생애를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조명하기 위해 많은 허구를 집어넣었다. 또 경전에서 따온 많은 에피소드들도 사물을 뒤틀어 놓고 새로운 의미를 찾는 시인 특유의 눈으로 재해석·재배치했다.
이 작품을 읽어본 작가 김원일씨는『서정적 문장과 박진성 있는 사건 구성으로 격조있는 문학성을 성취하면서도 불교사상의 본질을 쉽게 들려주고 있다』고 평했다. <이경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