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시인 이형기씨가 처음으로 장편소설『석가모니』(한국문연간)를 펴냈다. 50년『문예』를 통해 시단에 나온 이씨는 그동안『적막강산』『그해겨울의 눈』『심야의 일기예보』등의 시집을 펴내며 사물과 언어를 뒤트는 파괴의 미학으로 전통서정을 새롭게 일궈내고 있다는 평을 듣고있다. 특히『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며 스스로 지는 꽃이 파리들을 노래한 이씨의『낙하』는 이 시대의 절창으로 꼽힌다.
우리 현대시단의 한 중추인 이씨가 시단 30여년, 환갑나이에 이르러 처음으로 쓴 장편『석가모니』는 신이나 초인이 아니라 우리네 보통사람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인간으로서의 석가모니 일대기를 시적인 시각과 문체로 그린 작품.
인간은 숙명적으로 유한하고 불완전한 존재다. 인간이 끊임없이 고통과 슬픔을 겪는 근원적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러나 인간의 정신 속에는 또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 가능성을 불교에서는 불성이라 한다. 석가모니는 실제로 불퇴전의 노력을 통해 불성을 최고의 수준으로 구현한 완성자, 즉 부처가 된 인간의 표본이라고 이씨는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 있다.
이씨는「위대한 슬픈 사람」으로서의 석가모니 생애를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조명하기 위해 많은 허구를 집어넣었다. 또 경전에서 따온 많은 에피소드들도 사물을 뒤틀어 놓고 새로운 의미를 찾는 시인 특유의 눈으로 재해석·재배치했다.
이 작품을 읽어본 작가 김원일씨는『서정적 문장과 박진성 있는 사건 구성으로 격조있는 문학성을 성취하면서도 불교사상의 본질을 쉽게 들려주고 있다』고 평했다. <이경철 기자>이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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